전체 글 (186) 썸네일형 리스트형 시간이 다가온다. 기침을 하며 등교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며 학교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가겠다며 길을 나선다. 애들 방 창 밖으로 골목길로 걸어가는 아들을 본다. 어디서도 눈에 뜨일 만큼 키가 커버린 아들. 이제 내년이면 엄마 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야 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본다. 두 마음이 서로 다툰다. '혼자 살아갈 준비를 더 철저히 시켜야지.' 와 '앞으로 혼자 이겨낼 시간을 지탱하게 더 많이 안아줘야지.' 로 나뉘어서 말이다. '눈 감으면 코 배어간다.'는 말은 타향으로 떠나는 자녀들의 안전을 바라던 어머니의 당부였을 것이다. 누구보다 내 마음이 그렇다. 겁을 주어 보내고 싶지 않다. 이미 겁이 많은 아이다. 경계심도 나 못지 않다. 걱정하는 엄마, 염려하는 엄마로 남겨지고 싶지 않다. 믿어주는 엄마, 응원.. 충분하다. 많이 먹어 속은 부대끼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그런 느낌으로 며칠을 보냈다. 그래서 더 먹으면 체하고 배 아프면서. 결국 최소한으로 밖에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인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늘 한 발 늦는다. 뭐가 부족하지. 왜 이렇게 허하지. 채워지지가 않는 거지. 이 정도로는 너무 모자란다. 배가 고픈게 아니었다. 이번 달에 적게 들어왔다. 이미 들어간 것도 많고 또 더 들어가야 하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적었다. 서운했다. 그래서 당장 쓸 돈이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냥 확 넉넉히 채워지지 않은 가난의 느낌. 모자라는 마음. 부족한 듯한 상태. 남루하고 부끄러운 너무나 내 것이라 익숙한 감정들이라 그게 그냥 나였다. 이것도 보내기가 아까웠나. 버리기가 아깝고 쓰기가 아깝.. 떠나고 싶다. 2018년 이 즈음이다. 비자로 큰 문제가 생겨 이 곳에서 떠나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새벽 창 밖을 바라보며 '과연 내가 이 풍경 바라보지 못하고 살 수 있을까?' 하며 무너져 내렸다. 모든 감정을 일단 멈춤으로 해 두고 해결을 위해 정신없이 이사를 하고 남편은 두 아들과 함께 모든 이삿짐을 날랐다. 나는 돌이 안된 막내를 돌보며 짐 정리를 해야했다. 다행히 문제는 해결 되었고 우리는 이 곳에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삶의 터전에서 뽑혀 나갈 뻔한 일을 겪고 나니 강제로 한국으로 나와야 했던 분들에 대한 나의 부족했던 공감이 심히 죄송스러웠다. 그 후로 5년. 시작은 그 때 부터였던 거 같다. 이 땅에서 뽑혀져 내팽겨질 것 같은 일을 겪은 후. 멈춰두고 가두고 방치해 버린 그 감정으로 인해 (그.. 우리 집 도어락 "애들 올 시간 되지 않았어? " " 괜찮아 우리 집 도어락 달았어" "아~ 그래~" "돌리면 열리는 도어락" 내가 설명하고 한참 웃었다. 자기네 집은 버튼 누르는 도어락이란다. 2시반이면 집에 오는 큰 아들이 가끔 열쇠를 두고 가 땀에 젖은 교복과 구두를 벗지 못하고 문 밖에서 기다리기를 몇 번 우리 집 최적의 도어락 시스템을 한국에서 도입했다. 이 정도면 여기서 얼마나 최첨단이냐 하며 우리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었는데 누구는 진짜 버튼 누르는 도어락들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말이다. 살짝 틀어진 우리 집 문에는 달 수도 없는 도어락에 집착할 일이 없다. 우리 문짝에 딱 맞는 이 정도면 될 일이다. 내가 닫아놓은 문 앞에서 기침감기가 심해 며칠을 앓다가 겨우 회복해 수업을 갔다. 여전히 기침을 하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선생님이 교실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업시간. 몇 몇은 일어서 돌아다니고 시장바닥보다 시끄러운 낯설 것도 없는 시간이었는데. 칠판에 붙여두었던 교재를 떼고 가방을 챙겨 교실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그 문을 마주 바라보고 서 있다. 무슨 마음인가. 다른 선생님 수업 시간도 이렇게 시끄러울까? 내가 아이들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하나? 수업이 재미가 없나? 질문만 꼬리를 문다. 복잡한 마음으로 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 아이들 눈을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라 정의하며 마음을 다 잡지만.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나는 이미 실패한 것 같다. 아이들을 참아내는 인내심에서. 즐거운 수업시간을 .. 자기 확신 "엄마. 이거 맞아?" "응. 맞아. 음. 맞는 거 같아. 아빠한테 물어봐" '맞아' 가 '맞는 거 같아'가 되고 '아빠한테 물어봐'가 반복되는 가운데 아이들은 엄마말을 건너띄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 나를 의심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엄마를 본다. 이렇게 할껄. 그 때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오지 말껄. 그렇게 할 껄 잘못했다. ㅇㅇ한테 물어봐. 기다려봐. 먼저 물어보고 하자. 물어보길 잘했다. 남편의 말을 듣는다. 이미 지나간 거. 다시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더는 말하지 마. 어떻게 하고 싶은 지 말해봐.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그거 아까도 이야기 했어. 나를 본다. 두 번 말하는 습관이 있다. 비슷한 순간이 오면.. 부활절 와플 부활의 아침에 같은 공간에서 예배하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마주하였다는 사실이 와플로 증명된다. 처음가는 곳이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어도 단 한 사람(같은 두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맛보았다. 와플을 만나면 나는 부활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부활후에 삶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은혜를 맛보는 삶이다. 숨고 싶은 나. 후회하는 나. 움츠러드는 나. 걱정하는 나. 울고 싶은 나. 도망가는 나. 그런 나도 충분하고 완전하게 사랑받는 은혜. 약할 때 더욱 사랑하시는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이다. 꼭 끌어안은 기억을 들고 돌아갈 준비를 한다. p.s. 녹차 아이스크림은 사진이 없지만 역시 부활을 기억하게 할 거예요. (한 몸의 다른 몸께 전해주세요 :) 드디어 만났다. 무슨 일을 하려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몇 주를 보냈다. 글을 쓸 수 없는 시간이었다. 나의 불안와 그의 불안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깊이 숨겨져 있던 단추를 눌렀고 눌려진 상처는 숨기고 있던 지 몸집이 터져나올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이게 나오라는 건지 더 깊이 숨으라는 건지 하며 나만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데 나는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아니 눈이 밖으로 향해 있었다. "지금 같지는 않겠지요." 현실감각이 뛰어난 말 이지.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하니까. 그게 아니어도 모든 관계는 역동적이라 어제같은 오늘의 관계는 어쩌면 없는 거니까. 나는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런 자신도 없이 나랑 관계를 시작한 것인가. 자신감. 결국 말 한마디에 무너질 알량한 그 자신감. 마주하지 못하게 한 것은 두려움이었.. 이전 1 2 3 4 5 6 7 ··· 24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