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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충분하다.


많이 먹어 속은 부대끼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그런 느낌으로 며칠을 보냈다. 그래서 더 먹으면 체하고 배 아프면서. 결국 최소한으로 밖에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하나인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늘 한 발 늦는다. 뭐가 부족하지. 왜 이렇게 허하지. 채워지지가 않는 거지. 이 정도로는 너무 모자란다. 배가 고픈게 아니었다.


이번 달에 적게 들어왔다. 이미 들어간 것도 많고 또 더 들어가야 하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적었다. 서운했다. 그래서 당장 쓸 돈이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그냥 확 넉넉히 채워지지 않은 가난의 느낌. 모자라는 마음. 부족한 듯한 상태. 남루하고 부끄러운 너무나 내 것이라 익숙한 감정들이라 그게 그냥 나였다.


이것도 보내기가 아까웠나. 버리기가 아깝고 쓰기가 아깝고 말하기가 아깝고 그렇게 끌어안고 무거워져서 숨도 못 쉴 정도가 되어야 퍼져버리는.


아침 혼자인 시간에 잠시 감정들을 곱씹는데 어디로부터 들려왔다.

"충분하다, 충분하다. 이미 충분하다."


이미 배웠고 알고 있던 그런데 듣지 못하고 있던 말이 그 감정들을 비집고 들려왔다. 답 없는 자기연민의 시간이 끝나간다고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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