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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도어락 "애들 올 시간 되지 않았어? " " 괜찮아 우리 집 도어락 달았어" "아~ 그래~" "돌리면 열리는 도어락" 내가 설명하고 한참 웃었다. 자기네 집은 버튼 누르는 도어락이란다. 2시반이면 집에 오는 큰 아들이 가끔 열쇠를 두고 가 땀에 젖은 교복과 구두를 벗지 못하고 문 밖에서 기다리기를 몇 번 우리 집 최적의 도어락 시스템을 한국에서 도입했다. 이 정도면 여기서 얼마나 최첨단이냐 하며 우리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었는데 누구는 진짜 버튼 누르는 도어락들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말이다. 살짝 틀어진 우리 집 문에는 달 수도 없는 도어락에 집착할 일이 없다. 우리 문짝에 딱 맞는 이 정도면 될 일이다.
내가 닫아놓은 문 앞에서 기침감기가 심해 며칠을 앓다가 겨우 회복해 수업을 갔다. 여전히 기침을 하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선생님이 교실에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업시간. 몇 몇은 일어서 돌아다니고 시장바닥보다 시끄러운 낯설 것도 없는 시간이었는데. 칠판에 붙여두었던 교재를 떼고 가방을 챙겨 교실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그 문을 마주 바라보고 서 있다. 무슨 마음인가. 다른 선생님 수업 시간도 이렇게 시끄러울까? 내가 아이들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하나? 수업이 재미가 없나? 질문만 꼬리를 문다. 복잡한 마음으로 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 아이들 눈을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라 정의하며 마음을 다 잡지만.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나는 이미 실패한 것 같다. 아이들을 참아내는 인내심에서. 즐거운 수업시간을 ..
자기 확신 "엄마. 이거 맞아?" "응. 맞아. 음. 맞는 거 같아. 아빠한테 물어봐" '맞아' 가 '맞는 거 같아'가 되고 '아빠한테 물어봐'가 반복되는 가운데 아이들은 엄마말을 건너띄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 나를 의심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엄마를 본다. 이렇게 할껄. 그 때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오지 말껄. 그렇게 할 껄 잘못했다. ㅇㅇ한테 물어봐. 기다려봐. 먼저 물어보고 하자. 물어보길 잘했다. 남편의 말을 듣는다. 이미 지나간 거. 다시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더는 말하지 마. 어떻게 하고 싶은 지 말해봐.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그거 아까도 이야기 했어. 나를 본다. 두 번 말하는 습관이 있다. 비슷한 순간이 오면..
부활절 와플 부활의 아침에 같은 공간에서 예배하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마주하였다는 사실이 와플로 증명된다. 처음가는 곳이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어도 단 한 사람(같은 두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맛보았다. 와플을 만나면 나는 부활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부활후에 삶은 빛과 그림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은혜를 맛보는 삶이다. 숨고 싶은 나. 후회하는 나. 움츠러드는 나. 걱정하는 나. 울고 싶은 나. 도망가는 나. 그런 나도 충분하고 완전하게 사랑받는 은혜. 약할 때 더욱 사랑하시는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이다. 꼭 끌어안은 기억을 들고 돌아갈 준비를 한다. p.s. 녹차 아이스크림은 사진이 없지만 역시 부활을 기억하게 할 거예요. (한 몸의 다른 몸께 전해주세요 :)
드디어 만났다. 무슨 일을 하려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몇 주를 보냈다. 글을 쓸 수 없는 시간이었다. 나의 불안와 그의 불안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깊이 숨겨져 있던 단추를 눌렀고 눌려진 상처는 숨기고 있던 지 몸집이 터져나올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이게 나오라는 건지 더 깊이 숨으라는 건지 하며 나만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데 나는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아니 눈이 밖으로 향해 있었다. "지금 같지는 않겠지요." 현실감각이 뛰어난 말 이지.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하니까. 그게 아니어도 모든 관계는 역동적이라 어제같은 오늘의 관계는 어쩌면 없는 거니까. 나는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런 자신도 없이 나랑 관계를 시작한 것인가. 자신감. 결국 말 한마디에 무너질 알량한 그 자신감. 마주하지 못하게 한 것은 두려움이었..
너무 긴장해서 미안. “너무 무섭다.” 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들은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나중에 울어버렸다. 다른 사람을 무섭게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그런 오해를 받은 것이 억울해서. 이미 그 안에서 경찰같은 역할을 하고 맡고 있던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하던 때여서 그 말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선배 앞에서 나는 나를 위해 그러는 게 아니고 우리를 위해 하는 것 뿐인데.. 하소연 하며 울었다. 선배는 ‘무섭다‘ 라는 단어가 왜 너를 울게 하는지 물었는데 나는 그 질문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연한 걸. 그냥 나는 그게 오해라 억울하다고만 했다. 누군가들을 통해 나를 보았다. 함께 쓰는 공간은 언제든 불쑥 누군가 들어 오고 예기치 않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죄똥하지만... 막내는 여전히 떼떼거리는 귀여운 말을 하는 중이다. 몇 주전부터는 골라주는 옷도 입지 않으려 한다. 오늘 아침에도 "죄똥하지만 공주 옷으로 해주떼요~" "그럼 너가 골라와" 주변에서 물려받은 옷이 대부분인 서랍에서 그나마 레이스 달린, 그나마 분홍색인 옷을 찾아온다. 플라스틱 목걸이하고 머리핀 꽂았나 확인하고서야 유치원으로 나선 공주님 눈 앞에서 진짜 마차를 만났다. 울 막내 공주님은 오토바이를 탔지만 언젠가 놀이공원에라도 가서 탈 지 모르는 마차랑 사진 한 컷 찍어주었다. 말보고 신나고 마차보고 신난 우리 공주님!
멸치맛 "멸치 먹어봤니?" 엄마랑 통화하는데 물으신다. 응? 멸치? 저번에 아들이 한국에 다녀오는 길에 엄마가 보내주신 이것저것 중에 멸치가 있었나보다. 시원찮은 대답에 안 먹어본 걸 알아차리시고 먹어보라고 맛있다고 하신다. 말을 꺼내신 이유는 냉동실 정리하다가 손질해둔 멸치를 더 발견하시고는 이것까지 보냈어야 하는데..했던 엄마의 아쉬움이다. 또 며칠을 흘려보내고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냉동실을 휘저어 멸치를 찾아냈다. 꺼내어 큰 애 책상에 덜어주었다. 하나를 입에 넣더니 더 놓고 가란다. 고추장은 없냐 묻는데 고추장은 없다. 담백하고 맛있단다. 하나 주워 먹어보니 뼈가 다 발라져 있다. 눈도 침침하신 엄마는 멀리 사는 딸 생각에 작은 멸치에서 머리 떼고 똥(내장) 떼고 뼈까지 다 발라내셨다. 엄마 말씀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