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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 수 없는 편지

(2)
너무 긴장해서 미안. “너무 무섭다.” 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들은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나중에 울어버렸다. 다른 사람을 무섭게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그런 오해를 받은 것이 억울해서. 이미 그 안에서 경찰같은 역할을 하고 맡고 있던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하던 때여서 그 말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선배 앞에서 나는 나를 위해 그러는 게 아니고 우리를 위해 하는 것 뿐인데.. 하소연 하며 울었다. 선배는 ‘무섭다‘ 라는 단어가 왜 너를 울게 하는지 물었는데 나는 그 질문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연한 걸. 그냥 나는 그게 오해라 억울하다고만 했다. 누군가들을 통해 나를 보았다. 함께 쓰는 공간은 언제든 불쑥 누군가 들어 오고 예기치 않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순아 순아. 이름만 남겨 놓고 떠난 순이. 너의 이름을 부르면 나는 언제든 얼마든 울 수가 있어졌단다. 너를 닮은 사람이 니가 있던 곳에서 부르는 찬양을 듣는 오늘 드디어 써내려갈 용기가 생겼어. 너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일년이 넘었지만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이름뿐일 정도여서. 너는 그냥 보기만 해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 정말 착한 사람. 순박하고 조용하고 말이 없고 맡은 일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해 내는 사람. 그런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건 다 내 탓이야. 이미 나 먼저 계셨던 두 분의 리더십. 그리고 그 분들께 깊이 연결되어 있어 보였던 너. 안정적이고 충분해 보였던 관계 속에 삐집고 들어갈 마음도 먹지 않았어. 그리고 언제나 조용하게 웃는 너에게 나도 그냥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