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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떠나고 싶다.


2018년 이 즈음이다. 비자로 큰 문제가 생겨 이 곳에서 떠나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새벽  창 밖을 바라보며 '과연 내가 이 풍경 바라보지 못하고 살 수 있을까?' 하며 무너져 내렸다.

모든 감정을 일단 멈춤으로 해 두고 해결을 위해 정신없이 이사를 하고 남편은 두 아들과 함께 모든 이삿짐을 날랐다. 나는 돌이 안된 막내를 돌보며 짐 정리를 해야했다.

다행히 문제는 해결 되었고 우리는 이 곳에 더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삶의 터전에서 뽑혀 나갈 뻔한 일을 겪고 나니 강제로 한국으로 나와야 했던 분들에 대한 나의 부족했던 공감이 심히 죄송스러웠다.

그 후로 5년. 시작은 그 때 부터였던 거 같다. 이  땅에서 뽑혀져 내팽겨질 것 같은 일을 겪은 후. 멈춰두고 가두고 방치해 버린 그 감정으로 인해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려고 노력했지만 할 수가 없다. '절망'으로도 온전치 않고 '황망'으로도 충분치 않다.) 내 안에 무언가가 식어가기 시작했다.

어제 이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일이 있어 나갔다 후배 선교사 가정을 만났다. 내년 안식년을 가질 것인데 한국에 정착하는 것 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었다.

"떠나고 싶다." 나는 결단코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어 놓아야 하겠다. 그렇게 풀어 놓아 주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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