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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드디어 만났다.


무슨 일을 하려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 몇 주를 보냈다. 글을 쓸 수 없는 시간이었다. 나의 불안와 그의 불안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깊이 숨겨져 있던 단추를 눌렀고 눌려진 상처는 숨기고 있던 지 몸집이  터져나올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이게 나오라는 건지 더 깊이 숨으라는 건지 하며 나만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는데 나는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아니 눈이 밖으로 향해 있었다.

"지금 같지는 않겠지요." 현실감각이 뛰어난 말 이지.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하니까. 그게 아니어도 모든 관계는 역동적이라 어제같은 오늘의 관계는 어쩌면 없는 거니까.

나는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런 자신도 없이 나랑 관계를 시작한 것인가. 자신감. 결국 말 한마디에 무너질 알량한 그 자신감. 마주하지 못하게 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버림받을 까봐. 그 말이 나를 버린다고 들어졌다.

그리고서야 눈이 마주쳤다. 나오라고 부른 건지 들어가라고 부르 건지 몰라 잔뜩 부풀어 터질듯한 몸에 눌린 작은 눈으로 내 눈치만 보고 있는 불쌍한 내 감정. 나.

드디어 만났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까. 너는 늘 나를 보고  있는데 나는 왜 너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너는 늘 나를 신경쓰는데 나는 왜 다른 이의 눈치만 보는가. 당신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뻐보인다 하는데 나는 내가 못난이라는 목소리를 찾으러 열심인가.

나를 만났다. 나에게 온 우주를 선물로 준비하신 분을 만났다. 고로 너도 나에게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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