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그냥 엄마다.

걱정으로만 사랑해서 미안해



밤에 막내가 이불에 쉬를 했다.
"엄마 쉬가 묻었어"
"어 그래" 하고 일어나서 화장실을 데리고 갔다 와서 옷을 갈아입히고 재웠다.
막내를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가는 순간 큰아이에게 내질렀던 소리들이 갑자기 귀를 울렸다.

그랬다. 모두에게 더 없이 좋은 사람이 그 아이에게만 무서운 눈을 뜨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니 불안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중적인 부모가 더 나쁘다.

이런 밤, 잠이 오지 않으며 자책에 휩싸인다. 나쁜 엄마다. 그 목소리에 대답한다.
그냥 엄마라고.

.......


걱정이다. 나의 사랑의 방식이 걱정이다.
걱정으로 밖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걱정으로 사랑을 말한다. 조심해. 항상 조심해.
우리 엄마의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 걱정밖에 없으니 세상에서 내 목숨 만큼 사랑하게 된 존재인 첫째에게 나의 모든 사랑인 걱정을 퍼부었다. 과한 걱정으로 놀라고 과한 걱정으로 눌렀다. 거기에 여러번 크게 다쳤으니.

걱정으로만 사랑하지 않고 다양한 사랑의 언어로 사랑하는 것. 아이의 영원하신 아버지께 맡겨드리고 자유롭게 풀어 놓아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진정한 사과이고 내가 이제 가야할 길이다.

'나는 그냥 엄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둔다.  (0) 2024.04.05
웃으며 불안을 이야기 하기.  (1) 2024.03.07
우리 둘째  (0) 2023.08.19
시간이 다가온다.  (0) 2023.07.20
자기 확신  (0)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