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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날아가기 전에_ 꿈


시험을 보러갔다. 대학 강의실 같은 곳인데 과목은 영어듣기 시험이다. 몇 문제는 노래를 듣고 맞추는 것이었다. 시험이 시작하는데 발 바닥에 떨어진 내 물건들이 많았다. 발로 대충 밀어서 의자 밑으로 안 보이게 밀어넣었다.

메모지가 있길래 여기에 메모를 하며 문제를 풀어도 되냐고 젊은 여성 감독관에게 물었다. 그러라며 허락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데 먼저 나와 기분좋게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학교에 높은 관계자라 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경계심이 들었다. 난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고 학교에서 제공한 깨끗한 메모지를 감독관에게 먼저 보여주고 썼기 때문에 알리바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인 상대방은 나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놀라워서 그렇게 빨리 문제를 풀고 나갔는데 만점이라서 외국인이 이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적이 처음이라서 기뻐서 나와 통화하며 격려해주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영어로 통화를 했는데 막힘이 없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 이런 부탁이 하고 싶어졌다. 나를 그렇게 격려하고 싶다면 방금 시험을 보고 나온 그 장소가 너무 아름다웠는데 혹시 사람들이 다 시험을 치르고 나면 그곳에 다시 가서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할 수 있는지..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래도 마음 가득 기쁨이 차 올랐다. 살면서 이런 일도 있다니. 아름다운 곳에서 만점을 받고 격려와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온 몸 구석구석 뿌듯하게 번져갔다.


그리고 깨어났다. 영어로 그런 통화를 했다고.
픽 웃었다. 그런데 왜 인지 이 꿈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날아가기 전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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