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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무게. 카톡으로 내가 먼저 말을 거는 일은 많지 않다. 필요한 용무가 있을때나 관성을 깰 만큼 중요한 상황이 아니면 먼저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연락이 오는 일도 많지 않다. 괜시리 외로울 때도 있다.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나는 연락을 안하면서도 나한테 연락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지 말하고 싶어서이다. 최근에 정말 가슴아프고 무섭기도 하고 슬픈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냥 언젠가는 말하고 싶었다는 이야기, 지금은 아무한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지만 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을 안다. 눈물로 지새울 어두움들이 나를 아프게 한다. 긴 대화가 끝나고 다음 날, 또 그 다음날 나는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산책 20.12.1 잠자리에는 텐트를 쳤고 방안에서는 패딩을 입어야 하는 영락없는 겨울이지만 햇빛이 비추는 곳만은 봄이 부럽지 않은 따스한 이 길. 신난 막내를 따라 가다보면 동네구경, 사람구경, 너무나 익숙하지만 내 것은 아닌 풍경들. 그래서 인지 매일 보면서도 매일 사진이 찍고 싶어진다.
집을 나설 때. 집을 나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바닥에는 막내 장난감이 돌아다니고 책상 위에는 아이들 책이며 공책이 잔뜩 쌓여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 애들 옷은 주워 올리고 걸어도 다시 그 자리에 놓여져 있다. 애들 한테 열심히 잔소리하는 엄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 부지런히 치우는 엄마도 아니라 다섯이 함께 사는 우리집은 아마도 늘 이 정도 수준일 것이다. 나처럼 말씀하시는 분이 있어도 막상 집에 가보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집이 깨끗하다는 기준이 높으신 분들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우리 집은 뭔가를 놓아둘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빠짐없이 뭐든 놓여져있다. 잠깐 치워두면 또 다른 무엇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지난주에 이곳에서 ㅅㅇ하시던 ㅅㄱㅅ님께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셨..
스윗~ 포테이토 나는 구황작물인 감자,고구마를 좋아한다. 어제 남편이 아들을 데리러 아들친구네 집에 다녀오더니 휴지에 돌돌말린 이 고구마를 건네주었다. 드시라고 한 고구마를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와서 나를 주었다. 이거 아주 단 고구마래. 하며. 여기서는 가끔 맛있는 고구마를 만날때도 있지만 대부분 감자비슷한 하얀고구마이다. 한 입 베어물고야 사진을 찍은 이 고구마는 정말 달았다. 고구마 자체도 달고 주머니에 넣어온 그 마음도 달았다. 구황작물이라는 단어를 쓰고 사전을 찾아보니 가뭄이나 장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좋지 않은 땅에서도 잘 자라서 흉년으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으로 사용할 수 있단다. 구황작물 먹고 구황작물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엄마한테 아프다고 말하기.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걱정할까봐 늘 아무말도 안하셨다. 엄마가 걱정하는게 미안해서 엄마를 걱정시키기 싫어서 그래서 늘 말안했다고 하셨다. 허리가 아프고 골반이 내려앉는 거 같다. 뼈마디마디 하다못해 손가락뼈마디까지 아프다. 몸에 기운이, 온기가전부 빠져나가버린듯이 몸뚱이가 차다. 손을 비벼도 따스함이 생기지 않는다. 어두운 밤 서러운 마음이 올라온다. 벌써 삼일이 넘었다. 엄마가 걱정할까봐 다 나으면 전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밤에 내 마음에 울리는 소리가 전화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눈 뜨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해서 아프다고 했다. 멀리있는 딸이 아프다고 할 때 엄마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좀 더 나이가 들면 하던지... 이럴때 멀리있어 어쩌냐는 엄마의 위로를 그냥 받고 16년만에 처음으로 엄마앞에서 울었..
세 번째 썼는데 날라갔다. 중간고사로 정신이 없지마는 쓰고 싶은 얘기가 있어 왔는데 세번을 쓰고 중간저장을 눌렀는데도 왜인지 다 날아가 버렸다. 아무리 불러와도 제목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최적화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노트북은 아이들 차지가 되어버려 쓰고 싶을 때 쓰기가 어렵고..세번이나 날라가는 걸 보니 쓰지 말아야 하나 싶어 소심하게 접고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한다...ㅜㅜ
적어야 산다. 불안이랑은 낯설지 않은 사이지만 한 5년 만에 만난 쓰나미가 지나가 이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어 눌러왔던 불안이 폭파되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악몽은 더 이상은 눌러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 눈만 감으면 불안이 형체를 입고 사납게 덤벼들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고 가슴이 답답하다. 숨을 크게 몰아쉬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날도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다시 눈을 감으려니 덥쳐올 불안의 영상들이 눈에 선하다. 저 속에서부터 짜증이 일어나 박차고 마루로 나왔다. 그리고 노트를 열어 외면하던 감정들을 적어내려갔다. 적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적어야 산다는 것을 안다. 그 사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두권이나 읽었다. 그런데도 쓰지를 않았다. 그런 것을 뭐라 표..
낮에 만난 밤.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굳게 잠긴 문과 텅 빈 운동장이 마음을 적막하게 만든다. 언제 저 문이 열릴까? 라는 질문은 입안에서만 맴돌다 사그러진다. 운동장이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와 열기로 가득찼던 순간이 떠오르니 목구멍이 따갑다.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서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시 없다면~ 낮도 밤인 것을~ 노랫소리 들리지 않는 것을~ 낮이지만 어두운 이 밤이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