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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의 나

안 좋은게 좋아진 순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내 눈 앞에 자리 잡은 안경은 신체의 일부가 되어서 그 자리에 잘 있어줄때는 불편함이 없지만 벗어둔 안경이 보이지 않을 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때는 누군가를 불러야 할 정도로..


그런데 정말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눈이 나쁜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었나 싶은 순간을 맞았다. 때마다 다가오는 날들을 기념하는 일과 거리가 먼 나이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때마다 트리를 만들자는 큰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몇 해 전 장만한 트리는 벌써 다리가 다 부러졌다.


그리고 자기 의지가 더욱 강해진 막둥이의 손에서 최대한 멀리 설치해야 하는 이유가 더해져 트리는 공중으로 들려졌다. 동네 전파사에서 사온 전구까지 둘러서..


세수하고 안경을 벗은 채로 나와 우연히 마주하게 된 불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안경을 쓰고 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눈이 좋은 사람은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겠지.. 안경을 벗고 봐도 봐도 흐뭇해진다.


한번도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이 이렇게까지 좋아지는 순간을 마주하다니...
다시 한 번 깨어지고 또 깨닫는다.


공중 트리



정말이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만 볼 수 있는 너무 아름다운 빛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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