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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 뜨거워 후 불어서 먹어 하니 조그만 입술을 동그랗게 후 후 뜨거운 계란프라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후 후 불어 입에 넣는 내 아가 후 후 부는 법도 배우지만 포크를 내려놓고 기다리는 법도 배우렴 삶은 때로 뜨거워서 후 후 불어도 삼킬 수 없을 때가 있단다.
엄마같은 친구는.. 인터넷 수업을 하다 학교에 가야할 때가 되니 큰 아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마흔셋이 넘어서야 깨달은 것을 열여섯살 아이에게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해를 하는 걸 보니 내가 설명을 잘하는 건지, 아이의 이해력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귀를 뚫지 않은 이유. 친구들하고 같이 하기 위해 아픔을 참고 귀를 뚫는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친구가 없어서 받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알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나도 그래. 나도 축구 싫어해서 떠렁이 축구하자고 해도 안했어. 어느정도는 내 선택이었네." 너의 선택이 100은 아니고 외부와 내부의 선택이 함께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어떤 선택이든 그림자가 ..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말고 내 방학이 끝났다. 다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 방학내내 학과 공부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작할 땐 이것저것 준비하고 공부하겠다 했는데 신나게 논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버렸다. 다행히 글쓰기 수업을 들어 의미가 있었지 아니었으면 정말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 들었을 거 같다. 뭔가 되게 아쉬워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애들 셋이랑 복작거리면 한 거 없이 하루가 훅 지나가도 잠자리에 들 때 이정도면 잘 보냈다며 맘 편한 나다. 방학시작할 때 삶이 그대로 글이 되어 나오기를 소망했었는데 뭔가 쓰려하면 어두워지고 우울해지고 아파온다.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 징징대는 것도 우습지만 내가 그런 사람인가보다. 아픈 마음이 내 안에 스며드는 걸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마..
빨래를 개며 널 때는 축축하게 젖어있더니 어느새 바싹 말라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구나 하나씩 걷어내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서랍장 앞에 서서 개어 넣는데 니 생각이 나 너도 거기서 빨래를 개어야 하겠지 빨래를 걷으며 속울음을 삼키고 아이들 양말을 개며 몰래 눈물 훔치고 빨래를 개어 넣듯 슬픔을 개어 넣어야 하겠지 마르지 않은 마음을 젖은 채로 개어 넣어야 하겠지 우리 만나 실컷 울고 햇살아래 마음 말릴 날이 오기는 하겠지
여자로 말하기 몸으로 글쓰기. 선물로 받은 6주의 시간이 끝났다. 마음 밖으로 꺼내 본 적 없는 글을 쓰고 소리를 내어 읽었다. 더 이상의 자기소개나 개인정보는 필요치 않았다. 심지어 본명도. 우리는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정했고 모두들 그렇게 불러주었다. 처음 본 사람들과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마법이다. 우리는 나를 위한 글을 썼지만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치유의 길, 온전함(Whole)을 향한 길에 함께 섰다. 우리는 중년의 여자로 기억을 더듬으며 고여있는 감정을 만난 이야기를 나누고 몸과 함께 온전하신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는 동지들을 향해 깊은 연대를 느꼈다.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 6주의 시간에 우리의 영성을 아름답게 지휘하신 우리의 나리님 사랑하는 언니에게 그리고 아픈 글을 써야 하는 순간..
막을 수 없다면. 지난 7일 히말라야 빙하가 인도 댐을 강타해 주민 150명이 실종되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는 기사에서 '히말라야'라는 단어만 보고 나의 안위를 걱정하는 연락이 왔었다. 댐은 어마어마한 물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한 번에 무너져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선물로 받은 6주간 '여자로 말하기 몸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며 감정에 대해 배웠다. 헨리 나우웬 신부님은 '감정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다'라고 하셨단다. 우리는 계속해서 감정에 윤리성을 부여해 이분법적으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나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억압된 감정이 때로는 꿈에서 물로 표현된다고 하셨다. 가끔 꿈에 나오는 거대한 수영장이 있다. 고래가 헤엄칠 만큼 큰 수영장이다. 회색빛이 천장까지 덮혀 있고 먹먹한 물 냄새와 물 ..
이것은 무엇인가? 만화 그만 보라고 막내에게 주황색 클레이를 꺼내 주었다. 그걸 본 둘째도 달라해서 연두색 클레이를 꺼내 주었다. 막내가 둘째 것을 뺏으려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막내에게 초록색을 하나 더 꺼내주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주황색과 초록색을 섞어버린 막내는 옆에서 놀아주는 오빠한테 마음이 열려서 오빠하는 걸 보고 따라한다. "엄마. 얘 좀 봐. 아까는 울더니 지금은 나랑 놀쟤" "막내한테 같이 노는 법 가르쳐 준거네." "응" 같이 한참 놀아주더니 " 엄마. 엄마. 내가 똥 만들었어" "우와. 진짜 똥이다!!! 잘 만들었네~" 그 순간 우리 막내 자기한테 달라고 손내밀면서 "아이... 아이.." "아이스크림? 엄마 아이스크림이래 ㅎㅎㅎ" 이것은 똥으로 만들어졌으나 아이스크림 대우를 받게 된 클레이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가 뭘 물어보니 하던 게임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짜증을 내며 "뭐요?"한다. 내 귀에 들린 이상 그냥 못 넘어가지.. "방으로 들어와!" 아빠나 엄마가 부르면 뭘 하고 있었더라도 대답 잘 하라고 가르치고 버릇 없는 거 안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한참 혼을 냈다. 지난번에도 아빠가 물어 보는 말에 "어쩔" 했다가 혼이 나고도 고치치를 못한다. 뭘 하고 있으면 빨리 헤어나오지를 못해 반응을 못하는 건 나를 닮았다. 방에 있다 나와 아무일 없는 듯 또 자기할 일을 하다가 또 말을 밉게 한다. 안 넘어가고 또 혼을 냈다. 그렇게 오늘만 세 번 쯤 혼을 냈다. 저녁에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러더니 머리를 어깨에 기대며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마음이 찔리는 엄마는 묻는다. "왜?" "모르겠어요. "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