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5) 썸네일형 리스트형 고마웠어 산소. 이번 락다운 시작하며 '2차 유행'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조만간 '3차유행'이 닥칠거라는 비관적인 뉴스도 끊이질 않는다. 확진자 2명으로 시작했던 1차 락다운과는 달리 오늘도 일일확진자는 7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까이에 확진받고 회복한 지인도 있고 확진받고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분도 있다. 어제는 계시던 병원에서 산소통이 비었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했다는 소식에 큰일이다 했는데 다행히 산소를 구했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인도에서 산소통을 가로채는 사진을 볼 때도 그랬는데 산소통 얘기가 나오니까 가슴이 묵직하고 기분이 영 이상하다. 답답함에 물을 마셔도 개운치가 않아서 가슴을 두드리다가 알아졌다. 그 때 생각이 나는구나. 심한 기침이 일주일을 넘어가는데 열이 없다고 버티다가 쓰러진 날이었다. 초록색 천이.. 안식. 최근 몇 해 동안 읽지 못한 내가 사랑하는 책을 들었다. 큰 애는 지금도 엄마가 책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자주 듣던 "엄마. 책 좀 읽자" 가 상처가 되어서일까. 그냥 그런 성향일까. 책을 읽고 있으면 와서 말을 걸고 자기를 보고 책을 그만 보라고 한다. 둘째때는 육아에 지쳐 책을 읽을 생각도 못했는데 셋째와는 책도 읽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공부도 한다. 짜투리 시간을 사용하는 노하우도 생겼고 전에 없던 스마트 폰이 큰 도움이 되었다. 허나 종이책 넘기는 맛을 잊을 순 없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곳에 있어준 문장들에게 그리움과 고마움을 표하며 읽어내려간다. 감동이 물 밀듯 밀려오는 순간 막내가 나타나 책을 덮어버린다. "네 책도 가져와 같이 읽자" 했더니 후딱 뛰어가 자기 책을 가져온.. 44쪽 읽어보세요. 아침을 만드는데 둘째가 와서 "엄마 내 책 44쪽 이따가 읽어보세요. 엄마가 봐주세요."하고 간다. 방에 가서 보니 44쪽에 편지가 써있다. 마음을 표현해 줘서 고맙다. 늘 모르겠다고 넘어가는 둘째가 글에서는 자기 감정을 표현해 주니 기특하다. 엄마도 그래. 가끔 화가 나지만 언제나 사랑한다. 큰 아이는 어린이날 외삼촌에게 받은 용돈 5만원을 동봉했다. 사랑해주고 아껴준다는 표현에 넘치게 커버린 아들이 믿고 의지해주어 고맙다는 말은 아마 믿고 의지한다는 말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서 인 듯 하다. 어린이날에 받은 용돈을 삼일만에 돌려주는 아들에게 나중에 일해서 월급받으면 줘도 된다고 하니 아빠에게 주고 갔다. 받아서 즐거울 날과 함께 받아서 미안할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참지 말고 바로바로. 참는 편이다. 감정도 표현도 참아내는 편이다. 어떤 일을 당하면 자동으로 아무 표현 없이 순간 참는다. 그렇게 사라지면 좋겠지만 대부분 소리없이 커지는 중일뿐이다. 둘째가 아침에 냉장고 받침을 부수었다. "엄마. 내가 저 안에서 뭘 꺼내려고 했는데. 이게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더라." 둘째는 원래 미안한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어 그 말을 던지고 자기 일을 하러 가버렸고 난 아무 말 없이 저걸 씻어서 말려놓았다. 저녁에 막내랑 놀아주던 첫째가 있던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유선전화를 연결하는 라인이 저렇게 되어있었다. 첫째의 약함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순간접착제를 가져와 붙이기 시작했다. 안이 전부 부식되었는데 혼자 붙이려다 손에 순간접착체가 왕창 흘러버렸다. 뜨거움을 느껴 부엌으로 가 수세.. 그래도 오늘. 인도 일일 확진자가 35만명을 넘어서니 여기도 덩달아 하루에 4천명을 넘어가고 있다. 경계선도 제대로 없이 국경을 맞닿고 있는 인도상황에 같이 흔들리고 있다. 학교들은 이미 온라인수업에 들어갔고 오늘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몇주 전 부터 락다운 소문이 돌고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보이더니 소문이 아니었다. 백신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고 확진자도 감소하여 지나가고 있구나 했는데 전보다 심각하게 다시 시작이다. 생존에서 생활로 건너오며 한시름 놓았던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생필품 가게는 열도록 허락되어 필요한 것들은 다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도에서 공급하지 않으면 식량도 약도 가스도 석유도 구할 수 없기에 인도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2명의 확진자로 시작했던 락다운의 경험으로 .. 아침이슬 내 딸 케이디에게 책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 문장으로 끝냈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책을 읽은 지는 삼 주가 넘었지만 이제야 쓸 수 있다. 울고 싶어 선택했다. 마음에 가득한 눈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다. 폴의 고백은 진심이다. 그는 자기의 남은 숨결을 딸에게 바치며.. 용기 " 음...너는 말이지...음...색깔이 없어...딱히 색깔이 없어.." 할 말을 찾지 못하며 중보할 시기이라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터트리니 둘째가 "엄마 왜 울어?" 한다. "마음이 아파서.." "뭐 그렇게까지 마음이 아파?" 지금 나에게 '자기문제에 빠져 다른사람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는 이를 포함한 이들이 하는 말에 나자빠지게 되는 이유는 그런면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하나밖에 잘 못한다. 특히 읽은 책에 빠져들거나 들은 이야기에 감정이 동하면 전체적인 시각이 사라지고 시야가 좁아지며 멍해진다. 대답도 잘 못하고 표정도 굳는다. 나자빠졌다. 꾸준히 날리는 잽으로 지금 나를 KO시켜 버리다니. '문제'란 자고로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의 '문제'라는 논리. 링위에 쓰러지니 그 목소리와 말투가 귀에 .. 긴 밤 지새우고. 아픈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내는 엄마가 있다. 친구들은 학교에 입학하지만 아이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다.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바랄까. 나는 그 엄마를 만나 물어 본 적이 없다. 엄마이기에 엄마의 바람을 가늠해 본다. 오늘 하루를 잘 지내 주는 것. 숨을 계속 쉬어 주며 사랑을 받아 주는 것.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 지는 날은 더 간절히 사랑할 것이다. 둘째가 백일 전에 39도가 넘은 고열로 일주일 입원을 했었다. 폐렴도 약간 있고 중이염도 약간 있지만 이 정도 열이 날 염증이 아니라며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커다란 침대에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누워 신음하는 작고 작은 아이를 보며 태어나서 아빠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가는 건 아니겠지.. 속을 다 태워버리려는 듯이 사랑은 불타올랐다. ..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