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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의 나

소로우가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내가 이 집을 갖기 전에 소유해본 유일한 집은 보트를 제외하면, 이따금 여름에 여행 할 때 사용하던 텐트 하나뿐이었다. 이 텐트는 돌돌 말려 지금은 다락에 처박혀 있다... 그처럼 가벼운 겉 옷만을 걸친 이 집의 뼈대는 내 주위에 형성된 하나의 결정체 같은 것이었고 집을 지은 사람인 나에게 반응을 했다...나는 구태여 바람을 쐬기 위해 밖에 나갈 필요가 없었다. 집 안의 공기가 조금도 그 신선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 안에 있었다기보다는 차라리 문 뒤에 앉아있었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인데, 그것은 비가 몹시 오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브런치에서 구독하는 몬스테라님이 추천하셨던 책이라 읽기 시작했지만 아직 중간도 읽지 못해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 할 단계는 아니다.


그런데 패딩을 입고 마루에 앉아 읽다가 소로우가 직접 지은 그 집. 참 우리집과 비슷하네. 바깥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집이라니. 나는 왜 이제까지 저런 멋스러운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고. '춥다, 우풍이 세다' 라는 불평만 했나 싶다.


그러면서도 소로우가 그 때 알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그 가벼운 겉 옷을 걸친 집에 다락에 처박혀 있던 텐트를 꺼내 '야간의 의복'인 침대위에 쳤었으면 하는 것이다. 새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면야 손사래를 쳤겠지만 이미 다락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물론 시인 감성에 집 안에 텐트가 가당키나 했으려나. 나 같은 실용주의자에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일이..아니다. 그러고보니 실은 나도 저 텐트가 여름이면 모기장으로 바뀌는 저 모양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릴때부터 유난히 손발이 차 추위를 싫어하는 나는, 과감히 걷어내고 추위와 맞설 용기가 없는 나는 텐트가 너무 고마울 뿐이다. 소로우에게 알려주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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