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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에 대하여

방학

아이들 방학이 아닌 내 방학이 얼마만인지. 여느 겨울과 다를 것 없는 날들이 방학이라 이름붙여지니 새로운 시간이 된다. 기말고사 성적표를 확인하고 나니 더 홀가분하다.


마치 아는 것처럼 막내가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고 나한테 아주 딱 붙어버렸다. 인형을 바닥에 내려놓고 와서 주으라고 한다. 물 하면 물먹이고 신 하면 신발 신키라는 소리다. 얘를 데리고 내가 어떻게 공부를 했나 싶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하나 싶다.


늦은 공부를 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 정말 나는 한 번에 하나 밖에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수업 중에 애들이 말을 걸면 그 말이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일할 때만 그런게 아니라 마음도 똑같다. 마음도 한 번에 한 마음밖에 없는지 어떤 일에 마음이 쏠려 있으면 다른 일이 마음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그런데 이게 '내가 이러니 어쩌겠어. 이렇게 살아야지' 로 받아들이기에는 나이만큼 역할이 많다. 글이 내 안에 녹아들어서 내 기도가 글이 되고 내 공부가 글이 되고 내 삶이 글로 나와주면 참 좋을텐데. 글을 쓰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내 안과 밖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직은 같이 돌아가지 않아서 그런가. 쉽지가 않다.


학문을 잠시 내려놓은 시간에 부지런히 익혀서 삶이 그대로 글이 되기를. 그것을 막고 있는 이유들이 하나씩 드러나기를 바라며 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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