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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안식.


최근 몇 해 동안 읽지 못한 내가 사랑하는 책을 들었다. 큰 애는 지금도 엄마가 책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자주 듣던 "엄마. 책 좀 읽자" 가 상처가 되어서일까. 그냥 그런 성향일까. 책을 읽고 있으면 와서 말을 걸고 자기를 보고 책을 그만 보라고 한다. 둘째때는 육아에 지쳐 책을 읽을 생각도 못했는데 셋째와는 책도 읽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공부도 한다. 짜투리 시간을 사용하는 노하우도 생겼고 전에 없던 스마트 폰이 큰 도움이 되었다.


허나 종이책 넘기는 맛을 잊을 순 없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곳에 있어준 문장들에게 그리움과 고마움을 표하며 읽어내려간다. 감동이 물 밀듯 밀려오는 순간 막내가 나타나 책을 덮어버린다. "네 책도 가져와 같이 읽자" 했더니 후딱 뛰어가 자기 책을 가져온다.



덕분에 몇장 읽지 못했는데도 놀라운 통찰과 진실한 나눔으로 몇 달째 씨름하던 일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결국 "이 잔을 마실 수 있느냐?" 는 질문이었다.'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을 만난 사람을 위한 중보의 길. 고통에 말 문이 막힌 사람과 시간을 나누는 길. 아픈 아이를 이 곳에 두고 하나님 품에 안긴 착하디 착한 순이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내가 그 잔을 마실 수 있을까?


'정죄가 구원이 될 수 있음을 믿으며...'



며칠 비가 오니 어스름히 보이던 산등성이가 가까이 다가온다. 온전히 정죄당하신 십자가위에서 구원을 이루신 예수그리스도를 통과하면 정죄는 구원이 되고 슬픔은 기쁨이 되고 죽음은 생명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고야 말 것을 안다.


다만 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죽음은 죽음이고 고통은 고통이고 슬픔은 슬픔이다고 소리치며 목놓아 울어야 한다. 참으로 신비한 여정이다. 참으로 놀라운 안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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