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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고마웠어 산소.


이번 락다운 시작하며 '2차 유행'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조만간 '3차유행'이 닥칠거라는 비관적인 뉴스도 끊이질 않는다. 확진자 2명으로 시작했던 1차 락다운과는 달리 오늘도 일일확진자는 7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까이에 확진받고 회복한 지인도 있고 확진받고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분도 있다. 어제는 계시던 병원에서 산소통이 비었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했다는 소식에 큰일이다 했는데 다행히 산소를 구했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인도에서 산소통을 가로채는 사진을 볼 때도 그랬는데 산소통 얘기가 나오니까 가슴이 묵직하고 기분이 영 이상하다. 답답함에 물을 마셔도 개운치가 않아서 가슴을 두드리다가 알아졌다.


그 때 생각이 나는구나. 심한 기침이 일주일을 넘어가는데 열이 없다고 버티다가 쓰러진 날이었다. 초록색 천이 덮힌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본 형광등 불빛과 호흡기를 씌우자 차갑게 몸 속으로 밀고 들어왔던 산소를 몸이 기억한다.


그 산소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 여기 없었을텐데. 머리가 따라가고 마음도 얼른 뒤따른다. 산소가 거의 없다는 말에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다. 느낌일 뿐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거북이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는 오래된 말이 있는데도 나는 다 정리했으니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소호흡기 꽂은 환자들 사진을 보기가 힘들었구나. 내 마음이 알아졌다.


To. 산소호흡기로 만나는 산소.

니 이름을 들으면 난 가슴이 답답하구나. 몸서리치게 차갑게 밀고들어와 소름끼치게 차가워진 내 몸에 온기를 불어넣어준 니 이름을 들으면 그 때 생각이 나. 문간에 손잡고 서 있던 아이들이. 지금도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구나. 니 이름을 너무 싫어하게 되어서 나도 유감이야. 고마워. 고마운건 고마운데 싫긴 싫구나. 그래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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