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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아침이슬

 


내 딸 케이디에게


책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 문장으로 끝냈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



책을 읽은 지는 삼 주가 넘었지만 이제야 쓸 수 있다. 울고 싶어 선택했다. 마음에 가득한 눈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다.


폴의 고백은 진심이다. 그는 자기의 남은 숨결을 딸에게 바치며 글을 썼다. 글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유한한 인간이 영원과 손 잡는 길이다.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 딸 케이디. 나는 케이디가 내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는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목숨은 사라지겠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 중에서



암 선고를 받고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처음들은 것이 아니다. 생명에 대한 열망이 가장 강한 순간은 죽음 앞 일 것이다. 그 열망은 숭고하여 생명에 대한 소유욕은 온데간데 없고 소망만이 고스란히 남는다.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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