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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으로만 사랑해서 미안해 밤에 막내가 이불에 쉬를 했다. "엄마 쉬가 묻었어" "어 그래" 하고 일어나서 화장실을 데리고 갔다 와서 옷을 갈아입히고 재웠다. 막내를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가는 순간 큰아이에게 내질렀던 소리들이 갑자기 귀를 울렸다. 그랬다. 모두에게 더 없이 좋은 사람이 그 아이에게만 무서운 눈을 뜨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니 불안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중적인 부모가 더 나쁘다. 이런 밤, 잠이 오지 않으며 자책에 휩싸인다. 나쁜 엄마다. 그 목소리에 대답한다. 그냥 엄마라고. ....... 걱정이다. 나의 사랑의 방식이 걱정이다. 걱정으로 밖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걱정으로 사랑을 말한다. 조심해. 항상 조심해. 우리 엄마의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 걱정밖에 없으니 세상에서 내 목숨 만큼 사..
결심 대신 스콘 오전 수업 마치고 점심시간 도서관으로 향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 온 카톡에 대답을 하고 났는데 남편한테 연락이 왔다. 스콘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지 않았는데.. 남편을 바라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나 아니면 아침부터 쌀 씻어 밥하는 수고를 누가 알아준다고. 나 때문이 아닌 것처럼 늦잠 자는 막내딸, 엄마 살에 붙어있어야 자는 공주 아침 잠 설치지 말라고 아침 밥을 해 주는 남편이다. 그리고 또 내 점심을 챙겨다 놓았다. 다 세심하게 알아주어야 하는데 어떨 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만다. 그럴 때 서운하겠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알아주어야 한다. 결심을 내려놓고 스콘을 먹으련다.
울며 안기다.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 부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임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첫째 아이 후 겪었던 유산이 떠오른다. 혼자 품었다 혼자 떠나보낸 아이이다. 내 생애 가장 춥고 서러운 기억이다. 하혈을 하며 누워있어 몸을 뒤척이기조차 어려웠다. 첫째는 최대한 멀리 있게 되었다.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쉬어야 된다는 이유였을까. 울며 안기고 싶었다. "너 그때 그 아이 낳았으면 큰일났어. 내가 지금 말은 못하지만 다 보여주셔서 나는 다 알어." 라는 말은 나로 그 때 이야기를 더 이상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게 했다. 그 때 나는 결심했던 것 같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아무도 이해해주려 하지 않을테니. 그렇게 나는 하나님과도 멀어졌었다. 약 2년정도의 시간이었을거다. 나는 그 ..
다시 여자. 돌 맞을 이야기지만 고양이를 싫어한다. 개도 좋아하지 않는다. 동물적인 것. 본능적인 것. 내가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꿈으로 만난 머리와 꼬리, 껍질만 남겨지고 몸통을 빼앗긴 검은 고양이가 불쌍해 눈물이 났다. 개들이 배가 고파 그랬다니.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 고양이는 꿈에서 여성의 에너지라고 한다. 다시 여자. 나는 내가 여자인 것이 싫다. '싫었다'고 쓰고 싶지만 여전히 싫다. 조심해야 해서 싫고 참아야 해서 싫다. 누가 그러라고 하냐. 그러면 안전할 거 라고 내가 붙잡고 있는 목소리가 그렇게 말한다. 지하철에서 부딪친 남자의 '미친년'소리가 그렇게 말한다. 마음은 내가 마주하든 피하든 나를 전복시킬 것이다. 몇 번이고. 나를 집어삼켰다가 뱉어낼 것이다. '여자인 나'로 나를 향한 항해를..
빨간 옷을 입은 그대 둘째를 데려다주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가 많이 오는 큰 길 앞에서 한 3학년 쯤 되어보이는 오빠랑 1학년 같은 여동생이 손을 잡고 서 있다. 신호등이 없는 길이니 내가 건네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다가갔다. 골목에서 나온 아가씨가 우산 아래로 아이들을 불러 들인다. 천천히 안전하게 아이들을 건네준다. 길을 건넌 후에 아이들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자기 길로 간다. 아가씨도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으로 자기 길을 간다. 무심하지만 당연하게 인정을 베푸는 사람들 사이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이 사람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음이 복되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큰 오늘 하루의 시작이다. 빨간 옷을 입은 그대의 몸과 영혼이 우리 주 안에서 평안하기를!
옳다.. 열심히 하다가 열심히 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을 미워한 적이 있다. 하라는 것을 열심히 하다가 내 길을 준비하지 못하고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그 열심이 나를 부추긴 것인지 내가 그 열심을 붙잡은 것인지 알 수 없이 미쳐서 돌아갔던 적이 있다. 열심으로 한 일들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함께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은 적이 있다. 열심으로 인해 질투의 대상이 되어 그 질투심에 희생양이 되었었다. 내가 바보 같고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열심히 했는지 후회했다. 그 시간동안 만들어진 나를 부인하며 어디서든 너무 열심히 해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했다. 나를 모른척하고 나에게 손가락질했다. ‘그러니까 뭘 그렇게 열심히 해! 메시아 신드롬 있냐? 너 아니면 안 될 거 같아? 니가 뭐라고? ..
날아가기 전에_ 꿈 시험을 보러갔다. 대학 강의실 같은 곳인데 과목은 영어듣기 시험이다. 몇 문제는 노래를 듣고 맞추는 것이었다. 시험이 시작하는데 발 바닥에 떨어진 내 물건들이 많았다. 발로 대충 밀어서 의자 밑으로 안 보이게 밀어넣었다. 메모지가 있길래 여기에 메모를 하며 문제를 풀어도 되냐고 젊은 여성 감독관에게 물었다. 그러라며 허락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데 먼저 나와 기분좋게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학교에 높은 관계자라 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경계심이 들었다. 난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고 학교에서 제공한 깨끗한 메모지를 감독관에게 먼저 보여주고 썼기 때문에 알리바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인 상대방은 나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놀라워..
우리 둘째 필요한 것도 없고 괜찮치 않은 것도 없는 우리 둘째. 형은 신발을 받았고 동생은 크레파스 세트를 받았는데 둘째는 쓰던 것과 개봉한 적 있는 것을 받았다. 둘째 것을 잊어버리고 와서 가져온 짐들 중에서 챙겨 주신 것이다. 둘째 것으로 사오지 않은 신발을 하나 받아왔는데 역시나 발에 맞지 않았다. 전화가 왔다. 한 번 신었지만 아주 좋은 다른 것을 주신다 했다. 둘째는 상관이 없다. 둘째를 생각하시는 마음을 모르지 않아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내 것도 없구나. 나는 상관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기는 하지. 필요한 게 없어보이는 사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나도 둘째처럼 그냥 상관없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사람이라 이렇게 쓰며 살아야 하나보다. 둘째야 너는 정말 괜찮은 거니?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