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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얼굴 남편이 비자여행을 가서 운전울 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사이드 미러를 깨먹은지 얼마 안되었는데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다가 사고가 났다. 늘 어렵게 생각하는 U턴을 지나 좌회전을 하는데 뒤에서 무엇가가 차에 부딪쳐 쿵소리가 났다. 동시에 뒤에 타고 있던 딸이 소리를 질렀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인데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안전벨트를 잘하고 있는 딸인데 기억을 못하고 그냥 딸이 어디를 부딪쳐 나는 소리라고 본능이 움직인거 같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는 순간 앞에 차 범퍼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내가 보고 멈추고 있지만 밀고 들어갔다. 길옆에 주차된 차였다. 뒤로 빼려다 더 위험한 순간을 겪었다. 멈추고 아이들에게 학교로 걸어가라고 했다. 학교가 보이는 길이었다. 아이들이 떠나고 부탁할 수 있..
이사를 했다. 이곳에 온 후 지내는 곳이 다섯 번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여기. 그곳에서 지내던 어느 날.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대답은 그저 생존을 위한 또는 어느 날을 위해 쌓여진 물건들의 창고였다. 나의 무의식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도 했었던 거 같다. 나의 의식도 그것을 지지했던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사는거다. 그러면서 집을 정리해주거나 정리정돈 방법을 알려주는 너튜브를 보며 설거지를 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되면서 남편에게 단언하듯 말했다. "나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안살아." 남편의 반응과 상관없이 나에게 이 집을 주셨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주어졌다. 그냥 정말 편하게 모든 것을 쓰라는 말만 남겨졌다. 꿈에 바라던 식탁과 가구들, 깨끗이 정돈된 주방 살림살이에 모든 것..
가난에 대한 자긍심은 집착?! 가난하다는 게 부끄럽지 않은 직업이다. 가난하면 칭찬도 받고 아주 가끔은 도움도 받는다. 구멍난 신발을 사진으로 찍었던 적이 있다. 부끄러워야 하는데 자긍심도 생기는 이상한 마음이었다. 그게 집착의 모습을 갖추었나 보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좋은 것을 사서 오래쓰자 마음먹어도 좋은 것은 사지 못한다. 좋은 것들은 누가 준 것이다. 짐을 싸서 멀리 오는데 선택된 것들은 대부분 누가 준 것이었다. 디아도코스가 말하길 "자신에게 속하지 않음"이 하나님 안에 있는 우리의 정체성이며 진정한 본질이다.나에게 속하지 않기 위해 나를 알아야 한다. 나를 알아야 내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다. 나를 아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손을 따뜻하게 잡고 계신 주님을 만난다. 그 분의 손을 잡고 가는 길에서..
비밀.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주제가 나왔다. 연애인들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이에서도 상대의 큰 일을 뉴스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근데 꼭 무슨 일이 생기면 A씨의 지인이 말하기를.. 하는 뉴스가 많으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그러니 큰 일이 나고 나면 관계가 얼마나 힘들까. 나는 남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리 힘이 들지 않다. 그런데 나에게 있을 일들을 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만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연락을 하지 않아 뜸하게 된다. 뭔가에 자꾸 거리감이 생기고. 나의 이 상황을 말하지 못한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중에 알게 되고는 당신과 나는 그 정도 거리구나 할 거 같아 불안하다. 알릴 수 없는 상황을 일일히 변명하자니 어린아이같다. 결국 버림받을까 두려운 아이의 마음..
너도 아름답다.. 저녁늦게 가는 산을 막내가 좋아한다. 막내를 데리고 그 산에 도착해 나무들 사이에 둘러쌓이면 기도가 나온다. 기도가 필요한 마음과 함께 하게 된다. 어제 저녁도 어스름해 질 때까지 산에 있었다. 나뭇잎들의 초록이 감춰지고 전체로 다가온다. 그 와중에도 나뭇잎들이 살아있는 나무가 보였다. 잎이 많이 떨어져서 나뭇잎들이 나무가 되지 못하고 나뭇잎으로 남아있다. 너는 너대로 참 아름답다.
갑자기 무지성 돌격! 짐 싸는 능력이 부족한 나는 수련회에 헤어 드라이기를 챙겨오지 못했다. 첫 날에 젖은 머리로 다니는 막내와 헤어 드라이기 빌리러 다른 방에 가겠다는 첫째를 통해 알았다. 엄마가 헤어 드라이기를 안 가져와 젖은 머리로 다녀야 하는 아이들이 되었다는 것을.. 이튿날에도 수영을 했다. 다들 머리를 말렸는데 막내만 젖은 머리다. 감기 걸릴까 걱정도 되고 나의 실수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헤어 드라이기를 빌려야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직업탐험을 하러갔다. 우리 조 아이들 여덟 명과 두 분 선생님들과 함께 열 명이 프로그램이 준비된 방으로 갔다. 문을 열자마자 헤어 드라이기가 보였다. 그 순간 바로 저 이것 좀 빌려주시면 안 돼요? 라고 했다. 프로그램을 돕기 위해 서 계시던 청년 선생님께서..
나를 위한 처방, 너그러움- IVP "전 저를 사랑해 주는 남편도 있고, 저를 아주 좋아하는 예쁜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데 여전히 이 비통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저보다 나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고 내가 감사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요. ...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이렇게 이기적인 저 자신에게 끔찍하게 화가 나요. 그러다가 곧장 감정의 물결에 휩싸여서 다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느낌이 되죠. 저는 제가 싫어요. 제가 이렇게 약하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요. 그 일들은 30년 전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용서하고 싶고 용서했는데, 제 가슴이 아직도 산산히 부서져요. 왜 그 일이 아직도 저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설명이 필요 없는 너무나 친숙한 고백이다. 왜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는가? 와 더불어 나는 정말 그것과 이별하기를 원하는가? 하는 질문에..
산책 어스름해지기 전에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어두워져 버렸다. 멀찍이 앞서 걸어가는 두 아들과 어머니가 있다. 장을 보고 오는 길일 것이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달랑거린다. 엄마 생각이 난다. 장 보러 가는 엄마를 따라나서는 일은 언제나 설렜다. 검소한 엄마는 주전부리를 사주지 않으셨어도 그냥 엄마를 따라나서는 그 시간이 좋았다. 집 근처 시장을 엄마 따라 한 바퀴 돈다. 그때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지금은 비 맞을까 지붕으로 덮인 시장은 하늘이 안 보여 전보다 별로다. 엄마는 지금도 그 시장에 간다. 어떤 가게 아줌마하고는 아직도 인사를 하신다. 엄마가 걸어 다니는 그 시장을 우리 아이들도 좋아한다. 시장에 가게들이 변했듯이 엄마도 변했다. 그 젊었던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다. 시장은 엄마와 함께인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