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해지기 전에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어두워져 버렸다. 멀찍이 앞서 걸어가는 두 아들과 어머니가 있다. 장을 보고 오는 길일 것이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달랑거린다.
엄마 생각이 난다. 장 보러 가는 엄마를 따라나서는 일은 언제나 설렜다. 검소한 엄마는 주전부리를 사주지 않으셨어도 그냥 엄마를 따라나서는 그 시간이 좋았다. 집 근처 시장을 엄마 따라 한 바퀴 돈다. 그때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지금은 비 맞을까 지붕으로 덮인 시장은 하늘이 안 보여 전보다 별로다.
엄마는 지금도 그 시장에 간다. 어떤 가게 아줌마하고는 아직도 인사를 하신다. 엄마가 걸어 다니는 그 시장을 우리 아이들도 좋아한다. 시장에 가게들이 변했듯이 엄마도 변했다. 그 젊었던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다. 시장은 엄마와 함께인데 나는 함께이지 못하다.
엄마 따라다니던 내가 딸내미 손을 잡고 장을 보러 간다. 내가 다니는 길에서 만나는 엄마와 아이들이다. 저 아이들의 달랑거리는 비닐봉지가 엄마 옆에 붙어서 설레던 내 마음이다.
저 골목을 돌면 지금의 나보다 젊은 예쁜 엄마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 거 같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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