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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이사를 했다. 이곳에 온 후 지내는 곳이 다섯 번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여기.


그곳에서 지내던 어느 날.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대답은 그저 생존을 위한 또는 어느 날을 위해 쌓여진 물건들의 창고였다. 나의 무의식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도 했었던 거 같다. 나의 의식도 그것을 지지했던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사는거다. 그러면서 집을 정리해주거나 정리정돈 방법을 알려주는 너튜브를 보며 설거지를 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게 되면서 남편에게 단언하듯 말했다. "나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안살아." 남편의 반응과 상관없이 나에게 이 집을 주셨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주어졌다. 그냥 정말 편하게 모든 것을 쓰라는 말만 남겨졌다. 꿈에 바라던 식탁과 가구들, 깨끗이 정돈된 주방 살림살이에 모든 것이 충분하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창밖의 야경.





마음 깊은 곳에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이 나를 이곳에 부르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말하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한 나로 살기를.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도 나의 결심을 비웃듯 상영되는 비극의 드라마를 바라본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며 나와 항상 함께 하시는 분과 함께. 이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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