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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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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으면 해 봐. 매일 이 닦을 때마다 대성통곡을 하던 막내가 부엌에서 최고의 방패를 가져왔다. '그래서 저항을 포기한 사람은 먹잇감이 되기 쉽다. 경고성 위협은 자신과의 싸움이 생각만큼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거나 싸움을 걸어온다면 강하게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의지를 전달해야 하고, 그러러면 그런 의지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p238 싸움의 기술, 정은혜,샨티 치과에서 전쟁을 치르고 싶지 않아서 결국 소쿠리를 치우고 이를 닦이긴 했지만 저 아이의 결연한 의지 만큼은 세상 살아가는데 자신을 보호하는 용기로 계속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기도 남매. 첫째는 둘째한테도 그랬지만 열한 살 차이가 나는 막내를 늘 잘 대해 준다. 잘 놀아주고 양보하고 예뻐한다. 둘째는 좀 다르다. 막내를 예뻐는 하는데 귀찮아 하고 크게 관심이 없다. 막내는 유독 둘째만 보면 거침없이 질투심을 드러내며 내 옆에도 못 있게 하고 아빠 옆에도 못 있게 한다. 서운해 할 거 같아서 말을 걸면 자기는 괜찮다며 막내는 어려서 그렇다며 다 이해한다고 한다. 자기 마음을 더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엄마에게 마음에 관련된 질문 받기를 늘 귀찮아 하는 아들이기도 해서. 둘이 손잡고 가는 게 너무 좋아보여 찍었다고 사진을 보여주니 둘째가 언제 찍었냐며. 자기는 정말 몰랐다며 한 참을 들여다본다.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지으며. 저렇게 꼭 잡은 두 손을 보니 ..
44쪽 읽어보세요. 아침을 만드는데 둘째가 와서 "엄마 내 책 44쪽 이따가 읽어보세요. 엄마가 봐주세요."하고 간다. 방에 가서 보니 44쪽에 편지가 써있다. 마음을 표현해 줘서 고맙다. 늘 모르겠다고 넘어가는 둘째가 글에서는 자기 감정을 표현해 주니 기특하다. 엄마도 그래. 가끔 화가 나지만 언제나 사랑한다. 큰 아이는 어린이날 외삼촌에게 받은 용돈 5만원을 동봉했다. 사랑해주고 아껴준다는 표현에 넘치게 커버린 아들이 믿고 의지해주어 고맙다는 말은 아마 믿고 의지한다는 말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서 인 듯 하다. 어린이날에 받은 용돈을 삼일만에 돌려주는 아들에게 나중에 일해서 월급받으면 줘도 된다고 하니 아빠에게 주고 갔다. 받아서 즐거울 날과 함께 받아서 미안할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참지 말고 바로바로. 참는 편이다. 감정도 표현도 참아내는 편이다. 어떤 일을 당하면 자동으로 아무 표현 없이 순간 참는다. 그렇게 사라지면 좋겠지만 대부분 소리없이 커지는 중일뿐이다. 둘째가 아침에 냉장고 받침을 부수었다. "엄마. 내가 저 안에서 뭘 꺼내려고 했는데. 이게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더라." 둘째는 원래 미안한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어 그 말을 던지고 자기 일을 하러 가버렸고 난 아무 말 없이 저걸 씻어서 말려놓았다. 저녁에 막내랑 놀아주던 첫째가 있던 방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유선전화를 연결하는 라인이 저렇게 되어있었다. 첫째의 약함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순간접착제를 가져와 붙이기 시작했다. 안이 전부 부식되었는데 혼자 붙이려다 손에 순간접착체가 왕창 흘러버렸다. 뜨거움을 느껴 부엌으로 가 수세..
후 후 뜨거워 후 불어서 먹어 하니 조그만 입술을 동그랗게 후 후 뜨거운 계란프라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후 후 불어 입에 넣는 내 아가 후 후 부는 법도 배우지만 포크를 내려놓고 기다리는 법도 배우렴 삶은 때로 뜨거워서 후 후 불어도 삼킬 수 없을 때가 있단다.
엄마같은 친구는.. 인터넷 수업을 하다 학교에 가야할 때가 되니 큰 아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마흔셋이 넘어서야 깨달은 것을 열여섯살 아이에게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해를 하는 걸 보니 내가 설명을 잘하는 건지, 아이의 이해력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귀를 뚫지 않은 이유. 친구들하고 같이 하기 위해 아픔을 참고 귀를 뚫는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친구가 없어서 받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알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나도 그래. 나도 축구 싫어해서 떠렁이 축구하자고 해도 안했어. 어느정도는 내 선택이었네." 너의 선택이 100은 아니고 외부와 내부의 선택이 함께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어떤 선택이든 그림자가 ..
이것은 무엇인가? 만화 그만 보라고 막내에게 주황색 클레이를 꺼내 주었다. 그걸 본 둘째도 달라해서 연두색 클레이를 꺼내 주었다. 막내가 둘째 것을 뺏으려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막내에게 초록색을 하나 더 꺼내주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주황색과 초록색을 섞어버린 막내는 옆에서 놀아주는 오빠한테 마음이 열려서 오빠하는 걸 보고 따라한다. "엄마. 얘 좀 봐. 아까는 울더니 지금은 나랑 놀쟤" "막내한테 같이 노는 법 가르쳐 준거네." "응" 같이 한참 놀아주더니 " 엄마. 엄마. 내가 똥 만들었어" "우와. 진짜 똥이다!!! 잘 만들었네~" 그 순간 우리 막내 자기한테 달라고 손내밀면서 "아이... 아이.." "아이스크림? 엄마 아이스크림이래 ㅎㅎㅎ" 이것은 똥으로 만들어졌으나 아이스크림 대우를 받게 된 클레이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가 뭘 물어보니 하던 게임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짜증을 내며 "뭐요?"한다. 내 귀에 들린 이상 그냥 못 넘어가지.. "방으로 들어와!" 아빠나 엄마가 부르면 뭘 하고 있었더라도 대답 잘 하라고 가르치고 버릇 없는 거 안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한참 혼을 냈다. 지난번에도 아빠가 물어 보는 말에 "어쩔" 했다가 혼이 나고도 고치치를 못한다. 뭘 하고 있으면 빨리 헤어나오지를 못해 반응을 못하는 건 나를 닮았다. 방에 있다 나와 아무일 없는 듯 또 자기할 일을 하다가 또 말을 밉게 한다. 안 넘어가고 또 혼을 냈다. 그렇게 오늘만 세 번 쯤 혼을 냈다. 저녁에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러더니 머리를 어깨에 기대며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마음이 찔리는 엄마는 묻는다. "왜?" "모르겠어요. "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