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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가 뭘 물어보니 하던 게임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짜증을 내며 "뭐요?"한다. 내 귀에 들린 이상 그냥 못 넘어가지..

"방으로 들어와!"
아빠나 엄마가 부르면 뭘 하고 있었더라도 대답 잘 하라고 가르치고 버릇 없는 거 안된다고 언성을 높이면서 한참 혼을 냈다.

지난번에도 아빠가 물어 보는 말에 "어쩔" 했다가 혼이 나고도 고치치를 못한다. 뭘 하고 있으면 빨리 헤어나오지를 못해 반응을 못하는 건 나를 닮았다. 방에 있다 나와 아무일 없는 듯 또 자기할 일을 하다가 또 말을 밉게 한다. 안 넘어가고 또 혼을 냈다. 그렇게 오늘만 세 번 쯤 혼을 냈다.

저녁에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러더니 머리를 어깨에 기대며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마음이 찔리는 엄마는 묻는다.
"왜?"
"모르겠어요. "

정말 둘째답다. 내향적인데 자기주장이 강하고 뒤에 있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아이이다. 그래서 둘째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신중하게 듣게 된다. 어려서 부터 귀찮게 하는게 없는 아들이다. 형이랑 수퍼에 가면 "형아 사고 싶은 거 사주세요. 난 살거 없어요." 하는 아들이다.


To. 아들
너 만을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해 미안하다. 칠 년을 막내였던 니가 막내 자리를 넘겨주고 어땠을까. 근데 넌 막내가 태어나자 형아가 같이 해 주는 걸로 만족했지. 요즘도 너랑 책 읽거나 보드게임 하려 하면 와서 책 뺏고 우는 막내때문에 속상하지? 엄마가 물으면 괜찮다고 하는 우리 아들.

엄마는 너를 믿을께. 지금처럼 자기 생각은 분명하지만 그 생각을 상대방을 배려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을 믿을께.

니가 너무 쿨해서 엄마가 혼을 좀 많이 내지. 금방 잊어버리고 돌아오니까. 앞으로도 그 정도로만 혼낼께. 금방 잊을 정도로만. 너랑 정말 사이좋게 지내고 싶거든. 니가 너무 좋아서.
"엄마가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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