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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엄마같은 친구는..



인터넷 수업을 하다 학교에 가야할 때가 되니 큰 아이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마흔셋이 넘어서야 깨달은 것을 열여섯살 아이에게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해를 하는 걸 보니 내가 설명을 잘하는 건지, 아이의 이해력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귀를 뚫지 않은 이유. 친구들하고 같이 하기 위해 아픔을 참고 귀를 뚫는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친구가 없어서 받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알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까지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나도 그래. 나도 축구 싫어해서 떠렁이 축구하자고 해도 안했어. 어느정도는 내 선택이었네."


너의 선택이 100은 아니고 외부와 내부의 선택이 함께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어떤 선택이든 그림자가 존재한다고도 바로 앞에 놓여있던 물건들로 설명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찾아온 성찰의 순간에 아들에게 털어놓았다.


믿음 좋은 아이로 주목받던 교회생활은 대학 동아리 활동까지 연결되어 신앙에 있어서는 지지 않는다는 아집같은 것이었는지 친구사이에 선배처럼 굴었던 적이 여러번이었다. 학교축제중에 간식판매하기로 했던 날 뭔가 준비하다가 제일먼저 온 친구한테 성질을 부렸었다. 나중에 사과했지만 착하디착한 친구는 한마디 대꾸도 안하고 다 들어주었다고 자백했다.


듣던 아들이 한 마디 한다.
"엄마 가끔 욱 하면 엄청 심해. 엄마같은 친구는 별로일거 같아."


오랫만에 속이 시원하도록 한참 웃었다. 뭔가 후련하다. 아들에게 너도 참 별로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뺨 맞은 거 같기도 하면서도 실은 너도 그럴 수 있다고 다독임을 받은 거 같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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