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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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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아이들 방학이 아닌 내 방학이 얼마만인지. 여느 겨울과 다를 것 없는 날들이 방학이라 이름붙여지니 새로운 시간이 된다. 기말고사 성적표를 확인하고 나니 더 홀가분하다. 마치 아는 것처럼 막내가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고 나한테 아주 딱 붙어버렸다. 인형을 바닥에 내려놓고 와서 주으라고 한다. 물 하면 물먹이고 신 하면 신발 신키라는 소리다. 얘를 데리고 내가 어떻게 공부를 했나 싶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하나 싶다. 늦은 공부를 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 정말 나는 한 번에 하나 밖에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수업 중에 애들이 말을 걸면 그 말이 전혀 들리지를 않는다. 일할 때만 그런게 아니라 마음도 똑같다. 마음도 한 번에 한 마음밖에 없는지 어떤 일에 마음이 쏠려 있으면 다른 일이 마음에 들어오..
세 번째 썼는데 날라갔다. 중간고사로 정신이 없지마는 쓰고 싶은 얘기가 있어 왔는데 세번을 쓰고 중간저장을 눌렀는데도 왜인지 다 날아가 버렸다. 아무리 불러와도 제목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최적화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종종 이런 일이 있다. 노트북은 아이들 차지가 되어버려 쓰고 싶을 때 쓰기가 어렵고..세번이나 날라가는 걸 보니 쓰지 말아야 하나 싶어 소심하게 접고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한다...ㅜㅜ
적어야 산다. 불안이랑은 낯설지 않은 사이지만 한 5년 만에 만난 쓰나미가 지나가 이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어 눌러왔던 불안이 폭파되었다. 그로부터 시작된 악몽은 더 이상은 눌러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경고를 날리기 시작했다. 눈만 감으면 불안이 형체를 입고 사납게 덤벼들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고 가슴이 답답하다. 숨을 크게 몰아쉬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날도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다시 눈을 감으려니 덥쳐올 불안의 영상들이 눈에 선하다. 저 속에서부터 짜증이 일어나 박차고 마루로 나왔다. 그리고 노트를 열어 외면하던 감정들을 적어내려갔다. 적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적어야 산다는 것을 안다. 그 사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두권이나 읽었다. 그런데도 쓰지를 않았다. 그런 것을 뭐라 표..
유명한 것들을 피하다가는. 어릴 때 부터 유행을 피하는 고집이 있었다. 왜 그런게 생겼을까. 유행을 쫒기 위해 머리핀 하나라도 사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내 용돈에는 회수권이 포함되어 있어 며칠을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가야 시험이 끝난 날 아이들과의 떡볶이 회식에 낄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유행은 도무지 내가 쫒아갈 수 없는 것이었다. 가랑이 찢어져도 닿을 수 없다면 내 편에서 유행을 거절하는 게 정신건강에 유익했을 것이다. 이게 습관이었다가 어느새 내가 되어버렸는지 베스트셀러가 그렇게 싫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때도 사서근처는 건너뛰고 저 안에 가서 책을 골라들었다. 최근 베스트셀러 한 권을 읽고 '베스트셀러는 이유가 있는 거구나'. 누구나 하는 생각을 마흔이 셋이나 넘어야 하는 나는 못난 건지 살만해 진건지. 어제는 박완서..
매일 산책. 다시 락다운이 시작될거 라는 소문이 돈다. 이번에는 그보다 더 강한 계엄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50명대로 내려갔던 확진자가 400명 넘게 늘어나니 나오는 소문들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될때까지는 모든 것은 소문이다. 아이들하고 하루에 한 번 씩은 꼭 산책을 하려고 한다. 막상 집을 나서고 나면 아무일도 아닌 것을.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커진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거부감이 보인다. 그러니 더욱 매일산책은 그 언젠가를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 상황에 대해 쓰려고 하면 마음에서 저항감이 든다. 잘 지내고 있으면서 뭘 쓰려고 하나. 다들 힘든데 또 뭘 쓰나. 이제 뉴 노멀에 익숙해 져야지 무슨 투정이냐. 하는 말들이 글을 누른다. 아니 마음을 누른다. 그래서 써야겠다. 가끔씩..
블로그도 참 나답다. 글을 쓰며 스스로 느끼기에는 50% 이상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아주 작은 일을 너무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과 같이 쓰는 공유 폰에 가까운지라 며칠 전 티스토리 앱이 갑자기 로그아웃이 되어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주 쓰는 번호들을 다 입력해도 반응이 없다. 비밀번호를 변경하려면 노트북에서 해야 하는데, 큰 아들이 노트북을 끼고 산다. 말 한마디면 비켜줄 텐데, 막내가 낮잠 잘 때 하면 되는데 차일피일 미뤄진다. 다시 핸드폰에서 아는 비밀번호들을 총동원해 입력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일이다. 근데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지저분한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안 노는 장난감은 넣어두고 분류하고 버리면 되는데 그냥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던 때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