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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멸치맛


"멸치 먹어봤니?" 엄마랑 통화하는데 물으신다. 응? 멸치? 저번에 아들이 한국에 다녀오는 길에 엄마가 보내주신 이것저것 중에 멸치가 있었나보다. 시원찮은 대답에 안 먹어본 걸 알아차리시고 먹어보라고 맛있다고 하신다.

말을 꺼내신 이유는 냉동실 정리하다가 손질해둔 멸치를 더 발견하시고는 이것까지 보냈어야 하는데..했던 엄마의 아쉬움이다.

또 며칠을 흘려보내고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냉동실을 휘저어 멸치를 찾아냈다. 꺼내어 큰 애 책상에 덜어주었다. 하나를 입에 넣더니 더 놓고 가란다. 고추장은 없냐 묻는데 고추장은 없다. 담백하고 맛있단다. 하나 주워 먹어보니 뼈가 다 발라져 있다.

눈도 침침하신 엄마는 멀리 사는 딸 생각에 작은 멸치에서 머리 떼고 똥(내장) 떼고 뼈까지 다 발라내셨다. 엄마 말씀대로 안 짜고 맛있다. 저 조그만 손이 접시 위로 부지런히 왔다갔다했다고 말하면 엄마의 손도 부지런히 움직이시겠지. 노동을 생각하면 말씀드리지 말까하고 엄마 얼굴에 번질미소를 생각하면 말씀을 드려야겠고.


편식 심한 아이가 입에 살짝 대보더니 묻는다. "엄마 무슨 맛이야?" "외할머니 손에서 다시 태어난 멸치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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