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지가 눈을 내리깔고 나를 쳐다본다.
이 새하얀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뭘 쓰려고? 또 뭘 적어서 나를 얼룩지게 하려는 거야.
가만히 있어.
조용히 해.
쓰지 마.
니가 뭐라고?
뭐가 대단해서 글을 쓰겠다고?
대단해서가 아니야.
소중해서이지.
나도 내가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냐.
미울 때도 있고
부끄러울 때도 있거든
미안할 때도 있고
안쓰러울 때도 있거든.
그래도 소중해.
그래서 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