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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에 대하여

무슨 이유로




비가 퍼붓는 밤. 물이 차서 오토바이가 잠기지 않을지 창밖을 보는데 개 한마리가 비를 피하지 않고 어느 집 대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처량하다기 보다 의미있어 보이는 개의 사진을 찍어두었다. 보통 죽은 듯이 누워 있는 개들이 대부분인데 비가 쏟아붓는 길 한복판에서 그 비를 다 맞으면서도 저렇게 꼿꼿하다.

밥을 기다린다 한들 저 비에는 누구도 밥을 주러 나서지 않을텐데. 저 집에서 개에게 밥을 주던 사람은 지금 저 개의 모습을 보고 있을까. 보았다면 비옷을 입고서라도 밥을 주었겠지. 여기 사람들은 길거리 개에게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밥을 챙겨준다.

말하자면 저 개는 집 밖에서 집을 지켜주는 개이다. 동네에 여러 집이 키우며 길목을 지키는 개. 처음엔 그런 방식이 무책임해 보였다. 지금은 굶으면 배가 고프다는 상식의 폭이 넓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무슨 이유든 그 자체로 웃음기 걷고 바라보게 되는 태도를 가진 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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