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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전문가의 손길을 잘라내다.



질끈 묶은 머리가 일상이다 보니 미용실에 갈 일이 없다. 가려면야 한국분이 하시는 곳도 있지만 락다운이 아니더라도 가 본 적이 없다. 미용사님과의 대화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고 마음에 안들어도 표현을 못하니 한국에서도 연례행사 정도였다.


우연히 현지사람들 교육을 위해 오신 전문가의 손길을 누렸다. 너무 길어졌을 때는 소중한 끝 부분을 고무줄로 묶어 따로 빼고 나머지 머리카락을 죄다 앞으로 당겨 이마앞에 바짝 묶어 자르면 전문가의 손길은 계속 유지가 되어 보기가 괜찮았다.


숱은 없지만 허리까지 긴 머리가 어제 저녁에는 참을 수 없었다. 전문가의 손길을 포함하여 고무줄로 묶고 부엌가위로 단번에 잘라버렸다. 몇 그람 차이가 없을텐데도 가볍다. 시원했다.


말리고 나니 섭섭함이 밀려든다. 이런일이 가끔있다. 후회할 일도 저질러버리는. 너무 참았을때 겪는 후유증이기도 하고 그 순간을 넘기면 또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을테니 내가 나한테 거는 시비라고 할까. 웬만하면 반응없는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왜 그랬어? 미용실 가.." 전문가의 손길이 그리워 락다운 끝나면 근처 미용실에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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