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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시작했더니.


작년 코로나 락다운기간에 바리캉을 장만했다. 남편은 반 곱슬이라 가위로도 충분한데 아들 둘 은 직모여서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잘라놓고 나면 잘못 자른 부분만 계속 보이고 누구라도 머리잘랐네..하고 뒷말이 없으면 마음이 쓰이지만 길어지는 락다운에 다른 방도가 없으니 동영상을 찾아보며 집게핀을 사며 계속 잘라왔다.


덥다는 말에 바리캉을 들었고 마음에 든다는 아들의 칭찬덕분인지 그사이 실력이 늘었는지 좀 괜찮아 보인다.


아이들 뒤통수를 바라보고 혼자 마음고생하며 보냈던 일년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으니 뭐든지 시작하자는 마음이 든다. 오늘 시작하면 1일이 되는 거고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 언젠가라는 오늘에 서 있을 날도 꿈꿔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사랑하는 언니가 심어준 씨앗으로 시작한 블로그도 일년이 좀 지나간다. 일기에 써놓은 글은 읽기만 하지 고치지 않는데 블로그에 써 둔 글은 고치게 되고 그러다 새로운 것들을 보게된다.


평소에 잘 모르던 나를 알게 되는데 제일 많이 지우게 되는 부분이 '내가'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글에는 '내가'가 아주 많다. 내가 쓰는 글이니 당연히 생략되어도 이해에 큰 어려움이 없는데 '내가' 혹은 '나는'을 아주 많이 쓴다.


그러게 아이들의 뒤통수는 왜 내 문제가 되어야 했을까? 정작 아이들은 자기 뒤통수를 보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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