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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간절히 비를 기다리며.



종일 책상에 앉아있었다. 시험기간이 다가와 밀린강의를 몰아서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막내 기저귀 갈아주고 밥 먹이고 화장실 갈 때 뿐이었다.


바깥공기가 좋지 않아 매일 하던 산책도 한동안 쉬고 있다. 왜 이런가 했더니 다른 지역에서 난 산불 때문이란다. 비가 오는 것 말고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다행히 짜증내지 않고 집에서 잘 놀아주는 막내에게 고맙다.



 



뉴스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창문도 열고 싶지 않아 빨래도 안에다 널었는데 위에서 보면 저 정도인가보다.


하루 종일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떼지 않은 오늘같은 날은 글을 쓸 수 없다 생각했는데 일단 시작하니 또 적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원래 이 날씨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여기까지 쓰고 제목을 적었다.


몇년간을 간절히 중보했다. 사랑하는 딸을 돌보지않겠냐는 약속을 받았다. 아무 말도 어떤단어도 선택할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저 하늘처럼 먼지로 뒤덥혔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를 간절히 기다림은 맑게 개인 하늘에 하얀 산봉우리를 보고자 하는 욕심이 아니라 이 먼지만 좀 씻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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