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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막을 수 없다면.

 
지난 7일 히말라야 빙하가 인도 댐을 강타해 주민 150명이 실종되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는 기사에서 '히말라야'라는 단어만 보고 나의 안위를 걱정하는 연락이 왔었다. 댐은 어마어마한 물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한 번에 무너져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선물로 받은 6주간 '여자로 말하기 몸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며 감정에 대해 배웠다. 헨리 나우웬 신부님은 '감정은 영혼으로 들어가는 문이다'라고 하셨단다. 우리는 계속해서 감정에 윤리성을 부여해 이분법적으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나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억압된 감정이 때로는 꿈에서 물로 표현된다고 하셨다. 

 

가끔 꿈에 나오는 거대한 수영장이 있다. 고래가 헤엄칠 만큼 큰 수영장이다. 회색빛이 천장까지 덮혀 있고 먹먹한 물 냄새와 물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 물에 휩쓸려 갔다가 다행히 죽지 않고 꿈에서 깨고는 한다. 어떨 때는 수영장이 무너지며 물과 함께 밖으로 쓸려 나오기도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감정적인 사람이다. 언제부터였는지 감정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을 감당할 수 없어 슬픈 영화를 보지 못한다. 감정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싫다. 언니처럼 요동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들이 내가 얼마나 감정을 멀리하는지 증명한다. 어제 만나도 내일 만나도 비슷한 사람이다. 

 

교회에서 찬양인도를 할 때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주체못하도록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릴 때부터 늘 울고 싶은 마음일 때가 많았다. 공식적으로 울어도 핀잔을 듣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듣는 그 자리가 나에게 진정한 은혜의 자리였던 것이다.

 

감정을 외면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피해다니던 나는 이제는 감정과의 대면을 피할 수 없는 중년의 여성이 되었다. 여기서 내가 더 고집을 부리면 몸이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댐이 터지기 전에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글로 적어 흘러가게 하려 한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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