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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내가 엄마를 데리고 가야지.



산책을 하던 큰 애가 옆에 오더니 그런다. 

"엄마 나 어릴 때 엄마랑 같이 시내가서 이런 가게들 구경했던 거 생각나. 근데 나 그때는 그런데 들어가는 게 너무 싫었어. 왜 그랬나 몰라. 지금은 엄마랑 가고 싶어. 근데 갈 수가 없네." 


그 말을 들으니 떠오른다. 학교에 가야 할 일이 있어 구두를 하나 사야했고 애들 겨울에 입을 복실복실한 잠옷바지를 사러 시내를 갔었다. 큰 애를 데리고 갔는데 잠깐 가게에 들어가면 손을 붙잡고 "엄마. 빨리 나가자." 하는 말로 계속 졸랐었다. 


그 때 물어보았을 때는 엄마랑 다니면 걸어다니고 버스타야해서 싫다고 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를 따라 나서곤 했던 큰 아이였다.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때는 몰랐고 이해 할 수 없었던 마음이 들린다.


큰 애는 나를 닮아 겁이 많은 편이다. 키도 크고 든든한 아빠 없이 엄마하고만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아이는 어릴 때 얼굴도 하얗고 정말 귀엽게 생겼었다. 요즘 막내를 데리고 다녀도 말을 거는 사람이 없지만(오히려 그게 서글플때도 있다)그 때는 너무 귀엽다며 볼을 만지고 같이 사진 찍자는 여학생들도 많았고 아주머니들도 말을 많이 걸었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집에서 쓰는 말하고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얼굴을 만지고 말을 거는게 무서웠을 거다. 그때의 나는 오히려 아이에게 보여주는 호의가 고마울뿐인 초임이였다.


다 커버린 아이의 어렸을 때 마음을 들으니 왠지 더 미안하다. 작은 아이가 자기도 무섭지만 엄마를 혼자 보낼 수 없어 같이 가준것이 었는지도. 아이가 어릴 때는 나도 어리고 아이가 커야 나도 크는 가보다.  

 
"이거 다 끝나면 엄마랑 시내에 한 번 나가면 되지."
했더니 "응 그 때는 내가 엄마를 데리고 다녀야지."라며 든든한 말 한마디를 던져주고는 저만치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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