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전에 살던 집이다. 지금도 이 집 앞을 지나 산책을 간다. 기분이 이상하다. 집안의 모든 구조를 알고 있고 곳곳에 우리 가정의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집인데 굳게 닫힌 대문 안으로 한 발 짝도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설렘이 아쉬움보다 늘 컸었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지날 때마다 그 집에서 있었던 우리의 추억들이 나를 잡아끈다.
그중에 나를 가장 잡아끄는 추억은 가족들이 모여 막내의 돌잔치를 하고 사진을 찍었던 순간이다. 내가 만들어준 개량한복을 입고 돌사진을 찍은 지금보다 작은 막내가 거기에서 아장아장 걸을 것만 같다.
또 이사를 한 이유, 그전에 집에서 이사를 한 이유 포함해 최근 세 번의 이사는 모두 비자 때문이다. 15년 동안 비자는 언제나 높은 산이었지만 갑자기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정책을 강화하는 바람에 큰 위기에 봉착했다. 몇몇 분들이 그로 인해 떠나게 되셨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며 더욱 마음은 어려워졌었다. 지나고 난 이후에야 이렇게 쓰고 있지만 그 시간 안에서 옴짝 달짝할 수 없는 순간에는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새벽에 일어나면 창 밖 풍경을 보며 눈물지었다. 이 하늘, 이 지붕들, 이 사람들을 보지 못하며 사는 내 삶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려운 시간을 정말 어렵게 보냈다. 감사하게도 비자는 연장이 되었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비자 정책에 나는 흔들리는 갈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 시간에 의미를 찾는다면 한번 크게 힘들어 본 이후라 그런지 지금은 비자에 대한 졸이는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집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쓰기로 했다. 지나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정리 된 이후에야 오늘의 이야기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과거를 정리하는 것도 현재를 적는 것도 쉬이 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을 살면서 떠오르는 시간들이 있으면 적어보는 것으로. 오늘이 바뀌면 과거도 바뀌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는 것도 안심이 된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넓어지고 깊어지면 그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용서가 되기도 하고 용서받고 싶어 지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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