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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곰 세마리의 위로

자려고 누우니 막내가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든다. 내 팔로 자기 몸을 두르고 눈을 맞춘다. 행복한 순간이다. 샘을 내듯이 마음이 걱정을 토해낸다. 다음 달이면 세 번째 생일인데 아직도 제대로 하는 말은 아빠, 엄마 정도이다. 물이 마시고 싶으면 컵을 가져오고 밖에 나가고 싶으면 신발을 들고 온다. 여섯 살이 돼서야 문장으로 말을 했던 둘째를 이미 키워보았다. 그래도 둘째는 자기를 표현하는 단어가 분명히 있었다. "아따" 그런데 막내는 그런 말이 없다. 자기 전에 소리를 질러댔던 것은 매일 자던 낮잠을 건너뛴 탓이겠지만. 

 

 

그 눈을 바라보다가 꼭 껴안았다가 곰 세마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아빠" 깜짝 놀랐지만 노래를 계속했다. "엄마" "아기" 으쓱~ 으쓱~ "짜라따" 

 

 

매일매일 불러주던 노래지만 한 번도 따라 부른 적이 없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박자에 맞춰서 자기가 아는 단어들을 말했다. 그리고 '애기'도 '잘한다'도 거의 비슷하게 따라 했다. 박수도 쳐주고 싶고 남편한테 자랑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안아주니 금세 잠이 든다. 곰 세 마리의 노래로 내 복잡한 마음을 다 아는 듯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기다려보라고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불안감이 몰려오면 흔들려버리고 만다. 이젠 정말 든든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자기 속도에 맞춰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이와 속도를 맞춰주면서 말이다.


순식간에 모든 상황이 변해 불안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해 주신다는 약속.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약속이다. 



어느새 길어진 머리카락처럼 어느새 자라있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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