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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미안함.

아이들에게 미안해 하는 엄마 아빠들을 본 적이 있다. 가까이에 우리 엄마 아빠만 해도 그런 말을 가끔 하신다. 너네 키울때...


애들을 혼내고 미안한 적은 많지만, 이런 마음이 들어 아이들한테 미안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 마음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일단 써보자면,


아이가 어릴때는 해 주지 못할 것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안해주는 것이 많았지. 그런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까 안 해 주는 게 아니라 못 해 줄 것들이 많아 진다.


첫째와 둘째만 데리고 산책을 갔다. 한국에 간 친구들이 있어 마음이 그런지 요 며칠 부쩍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얘기한다. 한국에 가서 친구들하고 놀이동산도 가고 떡볶이도 먹고 싶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말도 못하게 하는 것 보다 말은 하고 싶은 데로 하게 해 주라는 남편의 조언대로 "그렇구나~"와 끄덕임으로 들어주고 있는데 뭔가 허공에 날리는 자기의 소망이 보이는지 입을 닫는다.


이제는 어릴때와 같지 않다. 안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 줄 수가 없다. 내가 여기에 살고 이 일을 하는 것이 미안하지 않다. 이건 나만의 마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이름의 별들이 모여있는 은하수에 드디어 합류하게 되는 느낌이랄까.


딸이 결혼해 손자까지 두신 친한 선생님께 물었다. 나 이런 마음 처음인데..선생님은 이럴때 어떠셨냐구.


깊은 공감과 위로와 노래를 전해 주셨다.
https://youtu.be/knI6bsXeg2U





엄마 아빠가 가끔 " 너네 어릴때..." 하실때 그래야 하신다고 생각한 적 없다. 그 팍팍했던 시간들 쏟아지는 고단함과 피곤함을 온 몸으로 받아내시며 자식들 몸에 한 방울이라도 튀지 않게 하시려고 사셨던 세월을 미안해하실 이유 없다. 내가 그렇다면 내 아이들에게 미리 미안해 할 이유도 없는건데.


나의 삶도 너의 삶도 하나님 그 손에 맡겨드린다. 닷새동안 속에서 썩는 줄 알았는데 익고 있었다고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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