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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둘째라서 힘들지.

마이클 조던이 어릴 때 그의 형 레리를 이기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쓴 책을 읽고 있던 우리 둘째에게 물었다. 

"마이클 마음이 어땠을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잘 알지. 엄청 힘들었을거야" 

 

 

말이 느렸던 둘째는 약간 부족해 보이는 이해력과 좀 더 부족한 표현력을 가지고 살고 있다. 특정영역에 대해서는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는데 몰라." 라는 말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대신 설명해보자면 자기는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말로 설명하려면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말일거다. 이런 종류의 말을 자주 한다. "기억이 나는데 기억이 안나." " 아~ 맞다 그렇지.난 몰라 " 

 

 

동화책을 읽어보며 나도 다시 한번 둘째의 마음에 다가가본다. 나는 첫째, 남편도 첫째. 우린 사실 둘째의 마음을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마음은 알 수 있지 않은가. 라고 써도 사실 나는 인생에서 이기고 싶은 사람이 없어봐서 잘 모르겠다. 우리 남편 말대로 욕심이 없고, 포기가 빨라서 현실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내성적인 면은 나의 판박이지만 승부욕은 남편을 빼다박은 둘째를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더 자주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러더니 바로 이렇게 덧붙인다. "근데 나는 형이 봐줘서 가끔 이겨. 그래서 괜찮아."

 

 

큰 애랑 게임을 하다가 연거푸 지고나면 안하겠다고 하도 짜증을 내서 큰 애한테 팁을 줬었다. 게임할 때 가끔은 져주기도 해야 니가 원하는 게임을 재밌게 계속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알고 있었다니. 그걸 알고 있었다니!!!

 

 

반전 매력이 넘쳐나는 우리 둘째는 이길때까지 혼자 연습하는 스타일이다. 지는 걸 너무 힘들어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맙다. 

 

내가 이글을 쓰고 있으니 큰 애가 "엄마 글 써?" 하고 묻는다. 자기가 크면 책을 출판해주겠단다. 약속지켜주길. 그러더니 한 마디 덧붙인다. "어른도 꿈이 있는 거니까" 한다. 둘째는 스케일 큰 약속은 잘 하지 않지만, 엄마를 보고 한 껏 미소를 지어주더니 손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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