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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일상의 밥.

남편이 큰 애들 둘 데리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온라인강의를 들으러 갔다. 어제 끓여둔 미역국을 데워 막내를 먹이는데 잘 먹지 않는다. 숟가락 앞부분만 조금 먹고 만다. 가만히 보니 어른 숟가락이다. 입에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다. 아가 숟가락을 다시 가져와 먹이니 두 세번 더 먹고 만다.


첫애를 키울 때는 먹이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생각만큼 잘 먹지를 않아서, 안 먹는 게 너무 많아서, 지금은 키도 몸무게도 나를 초월했다. 어릴 때 잘 먹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건강해서 일년에 한번쯤 감기를 앓아도 하루면 회복했다. 친구가 한국에서 보내 준 좋은 이유식기를 써서 열심히 한다고 했었는데도 이유식을 잘 못해서 편식을 한단 얘기를 들었을땐 속상도 했다.



둘째는 이유식도 그랬고 지금도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음식도 호불호가 강하다. 좋아하는 건 어른 2인분도 거뜬히 먹고 좋아하지 않는 건 못 먹는다. 천천히 크지만 꾹꾹 눌러담아 단단하게 크는 둘째도 잔병치레가 거의 없다.



막내는 이유식을 해 주는데로 너무너무 잘 먹어줘서 내 인생에도 이렇게 잘 먹는 애를 키워보는 구나 싶어 하나도 힘든 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또 요즘에는 고개를 싹 싹 돌려가며 숟가락을 피한다.



애들이 밥을 안 먹으면 그렇게 속상하고 애가 타고 했었는데 나이가 많아 에너지가 없어서인지 지금은 두 번 이상 고개를 돌리면 ' 그럼 나중에 배고프면 먹어라' 하고 바로 내 밥을 챙긴다. 막내 먹이다 남은 밥 위에다 국을 더 말아와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치를 꺼내왔다.


아이들 키우면서 먹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 밥. 언젠가 그리 울 것 같아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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