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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에 대하여

블로그도 참 나답다.

글을 쓰며 스스로 느끼기에는 50% 이상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아주 작은 일을 너무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과 같이 쓰는 공유 폰에 가까운지라 며칠 전 티스토리 앱이 갑자기 로그아웃이 되어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주 쓰는 번호들을 다 입력해도 반응이 없다. 비밀번호를 변경하려면 노트북에서 해야 하는데, 큰 아들이 노트북을 끼고 산다. 말 한마디면 비켜줄 텐데, 막내가 낮잠 잘 때 하면 되는데 차일피일 미뤄진다. 다시 핸드폰에서 아는 비밀번호들을 총동원해 입력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일이다. 근데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지저분한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안 노는 장난감은 넣어두고 분류하고 버리면 되는데 그냥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던 때 처럼 말이다. 에너지가 적다는 것은 인정한 지 오래다. 글을 쓰면서 딱 절반은 왔다. 나머지 절반은 지금까지 온 속도보다는 더디게 가겠지만, 끝까지 갈 테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아주 작은 일이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건, 마음이 무거워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느린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나야 알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오늘에서야 노트북을 켜고 문제를 해결했다. 늘 폰으로 글을 쓰다 보니 잘 몰랐는데,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를 열어보니 '카테고리가 없음' 이라는 빨간 글이 눈에 띈다. 카테고리가 없구나. 내 글들이. 실은 카테고리가 없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은 나인데 오늘은 덩그러니 있을 자리가 없이 두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한 아이들 책상 정리가 정리 후 기분을 일깨워준 탓 인지. 몇 가지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았다. 뭐 그렇대도 여전히 카테고리 없이 다닐 글을 올리겠지만, 블로그도 참 나답다. 그리고 오늘은 그게 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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