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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잡아주는 당신_ 책

나를 위한 처방, 너그러움- IVP

"전 저를 사랑해 주는 남편도 있고, 저를 아주 좋아하는 예쁜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데 여전히 이 비통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저보다 나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고 내가 감사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요.
...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이렇게 이기적인 저 자신에게 끔찍하게 화가 나요. 그러다가 곧장 감정의 물결에 휩싸여서 다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느낌이 되죠. 저는 제가 싫어요. 제가 이렇게 약하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요. 그 일들은 30년 전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용서하고 싶고 용서했는데,
제 가슴이 아직도 산산히 부서져요. 왜 그 일이 아직도 저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설명이 필요 없는 너무나 친숙한 고백이다.




왜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는가? 와 더불어 나는 정말 그것과 이별하기를 원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이 책을 펴기전에 꼭 해야할 일이다.


문제는 '감정'. 아니 '감정'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감정'은 그동안 너무나 무시당했다. 누군가 나를 무시했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는 '감정'을 무시했다. '감정'은 본의 아니게 쌓이고 묵혀지고 단단해져 이제는 몸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감정'은 그렇게 우리를 이름도 없이 힘들게 하는 어떤것이 되어버려지게 된다. 그런데 사실은 '감정'은 선물이었다. 감정은 나를 알아가게 도와주는 '지도'이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나에게 왔다.


그렇게 선물은 짐이 되고 선하게 주어진 것이 악 그 자체보다 더 고통을 주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회복이 필요하다. 화해가 필요하다. '감정'의 눈을 들여다보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느끼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이유는 느껴버린 이후에 갈 바를 알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느껴버리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거기서 스르르 지나가고 연기처럼 사라진다. 실컷 울고 난 후 얼마가 지나면 살아갈 힘이 조금은 생긴 것을 알게된다. 같은 감정이 다시 올라올 건데 뭐하러 에너지 낭비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같은 감정은 없다.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바람이 불지만 조금 전에 그 바람은 아니다.


이 선물은 너무나 대단한 선물이라. 그냥 느껴버리기만 하면 죽을 것 같아도 절대 죽지 않는 그리고 사실 우리도 이미 맛보아 알고 있는 그런 선물이다. 받는 사람에 대한 크신 사랑과 애정이 담뿍 담긴 너그럽고 인자한 다른 걸로는 대신할 수 없는 참 좋은 선물이다.


선물을 선물로 순순히 받아든다. 감정과 마주 앉아 고개를 들고 들여다본다. 함께 울고 함께 웃기로 한다. 울며 웃기도 하고 웃다가 울기도 한다. 원래의 내가 되어 아버지의 품에 안긴다. 선물을 받은 마음이 선물을 주고 싶어진다.


이런 식상한 말 하지 말라고 아이가 던진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욕망에 고삐를 매지 말라고 몸무림치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한 풀 꺽여나온 아이를 보니 감정을 마주했다는 것을 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세상에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이 누가 있어. 한 분 말고.."


그럼 되었다. 나도 내 감정을 흘려보낸다. 엄마도 속상하다. 엄마도 상처받는다. 엄마도 울고 싶다. 알아주고 느껴주고 보내주고 아이에게 말해준다.





"그걸로 정말 충분하다. 아들!"





강추! 이런 좋은 책에 추천사 쓸 날이 내게도 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