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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잡아주는 당신_ 책

주님, 나이 드는 것도 좋군요 -베르나데트 맥카버 스나이더



콧물과 재채기로 띵한 머리와 피곤함으로 일어나 커튼을 여니 하늘이 딱 내 몸이다. 비를 가득 머금어 무거운 회색이다. 꼭 짜서 쨍한 햇빛에 널고 싶은 젖은 솜이불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감기로도 색을 잃어버리는 약한 내가 늙어가는 길에 어떤 용기로 설 수 있을까.




"그러나 저희 집에 있는 물건은 도무지 자기 '자리'를 모르는 것 같아요." 나 같아서 친근하게 느껴진다. 주차장에서 정신차리라고 소리지른 그 젊은 여자에게 이 책을 한 권 선물하면 어떨까. 거기에서 시작된 책일 거 같은 느낌에.


"그래요. 주님. 오늘은 자기 연민이라는 구덩이에 빠졌어요. 게다가 너무 게을러서 빠져나오는 길을 파내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아요. 어쩌면 저보다 더 외로워하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다스러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있고요. 어쩌면 주님,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너는 누구냐? 왜 거기 앉아서 가련하고 고통스러운 기분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있느냐? 그러면서 누군가가 지루함을 없애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느냐? 이렇게 된 게 늙었기 때문이냐? 아니면 까칠하기 때문이냐? 그 어떤 이유라도 어쨋든 너는 이 외로움을 혼자 견뎌 내야 하지 않느냐?

주님, 이렇게 자문하다 보면 이는 제 책임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탓을 하고 싶어집니다. 사실은 주님, 주님도 조심하세요! 오늘은 얼마나 우울한지 외로움을 '당신'탓으로 돌릴까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네, 오늘 제게 필요한 말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음울한 날이라 빛이 필요했지요. 하지만 저는 늘 집에 있으니까 길을 찾을 필요는 없고, 아직까지 불운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러니 이제 남은 건 모험을 할 용기를 내는 것 뿐이에요....누군가 이 책을 즐겨 읽어 주길 기대하는 모험은 해 보고 있어요. 주님, 아직도 이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음울한 날이라 내게 필요했던 말인가 보다. 식료품점, 병원대기실과 영원한 나라를 잇는 할머니의 글이 나의 약함과 용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