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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잡아주는 당신_ 책

헝거 - 록산 게이

'나는 여기에 내 심장을 펼쳐 보였고 여기에 그 심장이 남긴 자국이 남았다. 여기에서 당신에게 나의 강렬한 허기의 진실을 펼쳐 보였다. 마침내 여기에 연약하고 상처 받고 지독하게 인간적인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그리고 자유가 주는 해방감을 한껏 즐기고 있다. 바로 여기에 내가 무엇에 허기졌는지, 그리고 내 진실이 나로 하여금 무엇을 창조하게 했는지가 있다.' - p339

12살 작은 여자 아이의 비포와 애프터는 비극적이다.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가해자와 그 무리들에게 당한 성폭행으로 인해 어린아이의 세상은 끝이 났고 그 일을 비밀로 끌어안는 순간부터 빠지기 시작한 늪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만 남아버렸다. 그 발버둥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모범생으로 사는 것으로 시작해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몸집을 키워 내는 것으로 평생에 걸쳐 아이를 괴롭힌다. 그 늪에 빠지지 않게 해 준 가느다란 줄은 읽고 쓰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나를 펼쳐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과 내 몸이 살아온 인생을 즉시하는 것은 결고 쉬운 일이 아니나 그래도 꾸역꾸역 한 자씩 써 내려간 이유는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작업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내 몸에 대한 고백록을 쓰면서, 내 몸에 대한 이런 진실들을 당신들에게 털어놓으며 나의 진실, 오직 나만 아는 나의 진실을 털어놓았다고 생각한다. ' - p338

아픈 진실에서 자유하고자 그 진실에서 일어나 연대를 창조하고자 록산 게이가 해 낸 일에 경의를 표한다. 그의 말대로 그 수치심은 그녀의 것이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것이어야 한다. 이 어려운 일을 해 낸 이유는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큰 혹은 그보다 작은 모든 수치심에 얼룩지어진 이들을 위함이다.

'다른 사람들이 두렵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게 될 방식이, 날 쳐다보고 나에 대해 말하고 나에게 잔인한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두렵다.'
-p198

'나는 부서졌었고 그 이후로 더 부서졌었다. 그리고 아직 치유가 되지 않았으나 어쩌면 언젠가는 치유가 될지도 모른다고 믿기 시작했다'-P317

그녀의 용기가 부럽다. 어느 정도의 용기가 있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비겁한 나는 이 문구를 읽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녀가 당한 일은 그녀의 수치가 아니고 그녀가 쓴 글은 너무나 숭고하다. 타임지에 나온 기사에서 사건을 알게 된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어떤 면은 자유로워졌고 어떤 면은 여전히 숲 속의 소녀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 소녀일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슬프고 아프고 고맙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 치유가 될 지도 모른다고 믿기 시작하고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타협 없이 걸어갈 그녀의 발자국이 고맙다. 이 책이 20년 전에 나와 주었다면 나는 이 책을 그 손에 꼭 쥐어주었을 텐데.. 그 작은 어깨를 감싸고 울기만 하는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