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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그냥 둔다.



아이가 불편하다고 힘이 든다고 속이 상한다고 말을 꺼낸다. 듣다가 자꾸 아이를 올바른 생각,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려든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이야기 하기 일쑤였다.


결국 아이의 입에서 다시는 엄마랑 이야기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근데 대안이 없다. 엄마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나마 마음을 터놓을 곳도 엄마이다.


왜 그냥 들어주지 못하는가. 나를 보여주고 있어서였다. 내가 아는 나의 약점. 지나친 걱정과 염려. 불안이 쩌렁쩌렁 울려서였다. 나처럼 살고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냥 두는 힘이 필요하다.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계속 무엇인가 하는, 그게 허용되는 시간이 있다. 때가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온다. 그 때에는 그냥 두어야 한다. 입술을 깨물고 멈추어야 한다.


이제 나를 걱정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문 꼭 잠그고 있어." 그냥 듣는다. 다른 소리 하지 않고 아이의 걱정을 그냥 둔다. 그냥 두는 것이, 그냥 듣는 것이 관계를 회복한다. 아이의 사랑을 믿으면 엄마의 사랑을 믿는다.


어느 순간에도 엄마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 우리 아이들의 크고 넓은 사랑을 깨닫고 받아들이면 아이들의 사랑에 사랑으로 답하는 엄마가 되어간다. 그냥 두는 사랑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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