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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엄마다.

웃으며 불안을 이야기 하기.



고3말. 어제는 수업시간에 두 명이 학교에 왔다며 저녁부터 내일은 자기가 아플 예정이라며 학교를 못간다고 한다. 그래? 했더니 그런걸로 알고 있으라며. 그래. 했더니 이런 저런 이유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괜찮아. 안가도 된다고 몇 번을 말해? 그러다 내가 쨉을 날렸다. "너 누구랑 싸우니?" 왠일로 순순히 "나랑 싸우지."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 입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 물었다. 누가 이겼어? "불안이가 이겼지."하며 씩 웃길래 아쉬워했더니 깔깔거린다.  딱 자기가 마음 먹은 어제 학교에서 지나치게 떨어진 출석률을 끌어 올리려 공지가 나온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아이가 학교가는 소리에도 나와보지 않았다. 마주치면 짜증만 내는 아이와 감정이 상하는 것이라도 막아보려고. 그런데 오늘 서로 웃으며 불안을 이야기하고 잘 다녀오라며 아이를 배웅했다.


웃으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들을 늘어놓으며 몸을 가만히 못있고 눈도 잘 못 맞추며 이야기하는 여전한 불안이다. 전에 이 '불안'이 나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았다. 다 니 잘못이야. '불안'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오늘 나는 어떤 힘으로 웃으며 '불안'을 안아준 것일까.


가지고 있으면 누가 나를 질투해서 때리고 빼앗아갈 거 같아서. 맞기 싫어서. 뺏기기 싫어서. 내 황금을 맡길 힘세고 강한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을 부풀리고 나를 작고 불쌍하게 만들어서 내 황금을 그들 속에 숨겼다. 이제 도로 찾을 시간. 내 황금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할 시간이다. 오늘 벌써 하나를 찾아왔다. 그 힘으로 웃으며 함께 불안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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