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내가 흐르게 하며

할머니의 주머니


할머니의 주머니는 나를 향해 열린 적이 없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뭐라도 손에 쥐어주신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할머니의 주머니는 비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의 주머니는 손으로 입히고 키우고 게다가 일찍 아버지를 여윈 손녀에게 주고도 주고도 모자라셨을것이다.

할머니는 아버지 있는 내가 달갑지 않으셨던 것 같다. 아버지 고생하는데 상고가서 돈 벌라고 하셨던 말은 우리 아버지를 위한다기 보다는 너도 아버지 없는 딸처럼 살아라로 들렸다.

할머니의 주머니는 내가 태어났을때 가장 크게 한 번 열렸던 것 같다. 그 때 나에게 '복덩이'라고 하셨다고..

할머니의 주머니가 보드라운 빨간 벨벳의 금실을 두른 주머니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 주머니는 나에게도 열렸을 거라고 믿기로 한다.

'시내가 흐르게 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부리며 씨 뿌리는 자도.  (0) 2024.04.24
속아서  (0) 2024.02.21
인내  (1) 2023.12.25
결심 대신 스콘  (0) 2023.10.03
울며 안기다.  (1) 202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