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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선물


선물해야 할 분들을 위해 사 둔 선물 포장에 하루를 다 썼다. 선물을 사러 다니느라 며칠을 정신없이 보냈다.

이번엔 남편 선물을 미리 사 두었다. 매년 우리가 반드시 챙겨야 할 선생님들을 위한 선물이 제일 먼저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 본 적인 거의 없다. 다행히 올 해는 옷 한 벌씩 사 주었다. 남편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결혼하고 처음인 거 같다.

다른이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해야 할 일을 제일 먼저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의무를 먼저 이행하는 삶을 사는 거 같다. 의무를 다하고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리면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한다.

오늘 더 속상한건 나와 나에게 속한 것들을 챙기지 못하는 나이다. 방바닥에 먼지가 굴러다녀도 내가 피곤하면 청소안하고 앉아있는 거 말고. 잠시라도 남의 집에 머물게 되면 나는 열심히 움직여 원래대로 깨끗하게 정리를 하는데 집에서는 내 것들을 위해서는 그러지 않는다. 나뿐 아니라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가족들을 위해 나는 남의 집에서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을까.

힘들어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약속을 잡고 만나서  무리를 해서라도 밥을 사면서 내 아이들은 한 번도 그런 식당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나는 왜 나와 정말 나에게 주신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일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싫다. 난 집에서는 줄줄 새지만 밖에서는 안 샐 자신이 있어서랄까. 집안에서의 나를 보고 집밖에서의 내가 가늠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난 그냥 집이 싫은 사람인가. 일상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엄마가 애정을 가지지 않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자라는 아이들은 어떨까? 치우라는 엄마의 잔소리는 없지만 말이다. 주인과 같이 쓰는 복도는 쓸고 닦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거실에 머리카락이 한 줌이다. 장판이 찢어져 테이프로 붙여놓은 곳에 먼지가 한가득이다.

결국에 깨달았다. 누가 와서 "이건 여기다 두고 이건 버려" 해 주길 바라는 마음. 아니면 싹 다 치워주고 가던지. 그런데 그런 경험이 이미 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결정해야 하고 내가 움직이면 되는 일이다. 내가 결정하는 사람이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 의견을 말하고 그래도 안되면 두 번, 세 번 말하고 아니면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를 알았다.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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