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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악함이 되는 약함


‘무시’에 약한 나를 발견하고 무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가운데 당한 ‘무시’가 나를 깊이 찔렀다. 아프니 화가 나고 분노가 일었다. 글과 기도를 동원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화를 쏟아냈다. 설거지를 하며 산책을 할 때도 청소를 하면서도 분노를 쏟아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나를 압도했고 계속 밀고 들어왔다. 이틀 쯤 열심히 쏟아내고 나니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기도는 이렇게 했다. “이제 제 마음에 주님이 원하시는 마음을 주셔도 됩니다.” 그리고는 그냥 있었다. 문득 ‘무시’ 에 대해 알고 싶어져 너튜브에서 무시를 검색했다. 한 영상을 보았다. 알게 되었다. 무시를 당해 고통스럽게 보낸 며칠동안 이번에 나는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걸. 전혀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나를 비하하지 않았고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놀라웠다. 나의 변화를 깨달았다. 감사했다.

이번 ‘무시’는 자기 역할이 있었다. 변화된 나를 보게 해 주었다. 적절한 때에 남편의 설교가 ‘무시’를 무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밖에서 날아오는 모든 것에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며 날 뛰던 나의 약함이 잠시 가라앉았고 며칠이 지났다. 말씀이 다가온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말씀이 이끄시는 자리는 불편하다. 지적이 아닌 마주함의 자리이다. 분명 ‘약’이었는데 ‘악’이 되어 날 뛰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의 약함을 더 바라보아야겠다. 긍휼히 여기며 또 공감하며 그렇게 흘려보내야 할 시간이다. 악이 되어 소리치던 나를 바라본다. 에너지가 있구나. 내 안에도 힘이 있구나! 내 생각도 의지도 없는 듯이 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나를 작게 만들어 나를 경계하지 말아 달라고 살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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