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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증거를 대고 싶다.


어떤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의견이 갈렸다. 그는 그럴 리가 없다 했고 나는 그렇다 했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에 대해서 까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두 마음. 그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도록 두고 싶은 마음과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게 하고 싶은 두 마음 사이에서 싸우다가 그가 생각하는 대로 두고 싶어졌다. 나도 실은 그럴 리가 없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 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증거를 대고 싶네” 라는 말이 그가 듣지 못하게 나왔다.

그 말에 내가 놀랐다. 증거를 대고 싶다… 내 생각이 옳다는 증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 그 증거라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의 말, 눈빛, 그때의 공기, 가장 핵심은 그 말에 대한 나의 감정일 것이다. 그런게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그 모든게 나라는 필터를 통해 뒤틀리고 부풀려지고 삭제되고 왜곡된 느낌일텐데. 기억은 늘 내 슬픔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데. 그 것이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왜 증거라는 단어까지 쓰게 된 것일까. 자꾸 아니라고 하니까. 그럴 리가 없다고 하니까. 짜증이 나서 일거다. 나는 내가 틀렸으면 하면서도 내가 틀리는 게 싫다. 그런 적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아니라면 아닌 거라고 받아들이자.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 장면에서 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딱 반이라는 거. 아니 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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