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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부끄러운 엄마


"우리 딸 생일이에요. 생일잔치에 초대해요." " 아. 네. 축하드려요. 가야죠.^^ 언제예요?" "이번 주 일요일이에요" "네 . 알겠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카톡으로 날짜와 시간이 찍힌 초대장이 와 있다. 그 날은 바로 우리 딸 생일이었다. 날짜만 기억하고 있는 엄마와 그 요일에 딸을 위한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엄마가 있다.


물론 우리 딸은 어디에 가도 내 옆에만 있다. 친구하고 놀기만 하면 운다. 초대하는 엄마도 우리 딸이 사람 많은 곳에서 힘들어 한다는 거 알고 괜찮을 지 물었다. 그 땐 그것때문에 잠깐 고민도 되었지만 지금은 완전 다른 차원의 고민이 든다.


내 딸도 그날이 생일이라는 것을 알려야할까?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수 있다. 그럼 생일선물을 주면서 실은 그날 우리 딸 생일이라 못 간다고 할까. 그 엄마에게 우리 딸 선물을 준비할 부담감을 주는 거 같다.


고민을 얼마나 하든 결국 나는 그 날이 우리 딸 생일이었다는 걸 말해야 할 것이다. 비밀로 하다 더 복잡해 질 수 있으니.. 나는 생일파티을 준비하던 엄마에게 날짜만 기억하고 있던 엄마가 되어야 한다.


더 깊은 부끄러움은 여기부터다. 딸의 생일에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있던 엄마다. 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딸의 생일을 기억하고 용돈을 보낸 남동생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지금 안해도 된다고 나중에 딸이 알 때 해주라고 했다.


듣고 있던 아들이 옆에서 "엄마 누가 나한테 주는 거는 그렇게 하지마.." 했다. 나는 어떤 엄마...아니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오늘은 하루 종일 부끄러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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