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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억울함



지나가는 아이에게 말을 건 이유는 아이의 표정이 뭔가 좋지 않아서였다.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도 없이 바로 말을 건넸던 것이다. 같은 이유로 (그 아이가 지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으니) 말 걸지 말라는 것이 거슬렸다.


아이의 기분이 좋지 않아보여 말을 건네는 것과 건네지 않는 것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내가 시작한 말을 제지 당한 것에 발끈한 것이다. 더 파고 들자면 "그래서 내가 말 걸어주는 거야."라고 계속했으면 끝날 일을 제지당한 채로 말을 못한 것이다.


그 후에 나온 말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누가 있든 아랑곳 없이 기분 상했음을 나에게 말과 표정과 눈빛으로 쏟아냈다. 순간 내 얼굴은 굳어졌고 대화는 끊어졌다. 어색함을 이기기 힘들어하는 다른 이가 말을 시작했고 나도 그 주제에 동참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들렸냐. 그렇게 들렸더라도 그렇게 말 할 일이냐.' 머릿속에서 질문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억울함의 소용돌이가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질렀으니 더 이상 찌기는 없는 상대가 보인다. 잠시 내 말을 되새겨 보니 상한 기분에서 나온 말이 맞았다. 그럼 나는 왜 기분이 나빴나?
말을 막아서. 그럼 내 말은 왜 제지 당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내가 웬만해서 말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내 말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그 가끔 하는 말은 그렇게 쉽게 저지 당해서는 안되는거야. 아니다. 그 상황안에서의 말은 그렇게까지 특별한 말은 아니었다.


해서 이 일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했다. 상대가 원하는 화해를 하기로 한다.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기분을 푼다.


끝은 아니다. 곁가지가 아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인식했으니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 때가 올것이다. 억울함의 소용돌이 속에서 찾아낸 소중한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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