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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가 흐르게 하며

일인용


아들과 아빠가 신나서 이야기를 한다. 효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6학년 둘째가 묻는다. "효도가 뭔데" "응 효도란 말이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말도 안되지만 이런 저런 바람을 털어놓는다. "아빠는 캠핑카 만들어줘.. 일인용으로.."

내가 그냥 넘어갈 일 없다. "일인용?" "일인용으로 두 개 만들면 되잖아" 그 때는 넘어갔다. 근데 내 마음에서 넘어가지지 않았나보다.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 그 중 한 분이 그런다. "나도. 일인용" 그 분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그럴 거 같다고. 그리고 내 남편의 말이 다시 들렸다.

일인용. 농담과 실수에 진심이 담길 수 있다.
외로움을 지켜야 할 영역처럼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 외로움을 내가 다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은 아프다.

그의 일인용을 서운해 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면 나의 일인용 삶을 꾸려나가야겠지. 시작은 씁쓸하고 시큼하지만 나중엔 시원하고 달달해지려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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